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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클럽과 A대표팀 동시 성공 감독이 희귀한 이유는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1-12-15 11:39


거스 히딩크 감독은 A대표팀 감독으로는 화려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클럽 감독으로서는 그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했다. 사진은 터키 대표팀 감독 시절 히딩크 감독.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축구 역사를 살펴보자. 클럽과 A대표팀 모두 성공한 감독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클럽과 A대표팀의 역할이 명확해진 현대축구에서는 이런 경향이 짙다. 클럽 감독은 클럽 감독대로, A대표팀 감독은 A대표팀 감독대로 자신들만의 길을 걷고 있는 추세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도 1985년 스코틀랜드를 맡았지만 성적은 보잘 것 없었다. 맨유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A대표팀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최강희 전북 감독도 A대표팀을 맡아달라는 여론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다.

반대로 거스 히딩크 감독은 A대표팀에서는 화려한 성적을 자랑한다. 네덜란드, 한국, 러시아 등을 맡으며 자신의 경력을 높이 쌓았다. 그러나 클럽에서의 성적은 A대표팀보다는 크게 떨어진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독일을 4강까지 이끌었던 위르겐 클린스만도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그리 혁혁한 공을 세우지 못했다. 네덜란드의 마르코 판 바스턴 역시 유로 2008 이후 아약스를 맡았지만 딱 1시즌만에 짐을 싸고말았다.

왜 그럴까. 클럽 감독과 A대표팀 감독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 이에 따라 감독들이 발휘할 DNA도 달라지고 있다.

현대 축구는 클럽의 파워가 크다. 세계 축구의 판도가 클럽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클럽 감독들은 1년 내내 선수들과 함께 한다. 시즌을 길게 보고 팀을 운영한다. 매일매일 훈련을 통해 자신의 축구 색을 입힌다. 시간은 충분하다. 개인 기량은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성향에 맞는 선수를 고르고 중용할 수 있다. 선수를 육성하고 전술을 짜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클럽 감독들은 선수 육성가이자 전술가의 성격이 짙다.

반면 A대표팀에서는 전술의 비중이 낮다. 선수들은 클럽에서 뛰다가 잠시잠깐 A대표팀으로 향한다. 선수들은 소속팀의 전술과 팀운용방향에 몸이 맞추어져 있다. A대표팀에서 경기 전 이틀 정도 발을 맞춘다고 해서 전술이 온전하게 몸에 배는 것이 아니다. A대표팀 감독은 최고의 선수들을 선발에 그들에게 맞는 전술을 찾아내야 한다. 선수들을 자극해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도록 해야한다. 모든 것이 단기간에 완성되어야 한다. 당장의 전술보다는 선수들의 정신을 자극하고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일종의 심리술사 역할까지 해야한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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