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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역사를 살펴보자. 클럽과 A대표팀 모두 성공한 감독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클럽과 A대표팀의 역할이 명확해진 현대축구에서는 이런 경향이 짙다. 클럽 감독은 클럽 감독대로, A대표팀 감독은 A대표팀 감독대로 자신들만의 길을 걷고 있는 추세다.
왜 그럴까. 클럽 감독과 A대표팀 감독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 이에 따라 감독들이 발휘할 DNA도 달라지고 있다.
현대 축구는 클럽의 파워가 크다. 세계 축구의 판도가 클럽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클럽 감독들은 1년 내내 선수들과 함께 한다. 시즌을 길게 보고 팀을 운영한다. 매일매일 훈련을 통해 자신의 축구 색을 입힌다. 시간은 충분하다. 개인 기량은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성향에 맞는 선수를 고르고 중용할 수 있다. 선수를 육성하고 전술을 짜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클럽 감독들은 선수 육성가이자 전술가의 성격이 짙다.
반면 A대표팀에서는 전술의 비중이 낮다. 선수들은 클럽에서 뛰다가 잠시잠깐 A대표팀으로 향한다. 선수들은 소속팀의 전술과 팀운용방향에 몸이 맞추어져 있다. A대표팀에서 경기 전 이틀 정도 발을 맞춘다고 해서 전술이 온전하게 몸에 배는 것이 아니다. A대표팀 감독은 최고의 선수들을 선발에 그들에게 맞는 전술을 찾아내야 한다. 선수들을 자극해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도록 해야한다. 모든 것이 단기간에 완성되어야 한다. 당장의 전술보다는 선수들의 정신을 자극하고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일종의 심리술사 역할까지 해야한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