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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대기록이 다가올수록 타율이 떨어지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50-50을 사냥 중인 당사자는 아니라고 하지만, 부담감 탓이다.
오타니는 이날 1회초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나가 도루에 성공했다. 마이애미 좌완 선발 라이언 웨더스를 상대로 원볼에서 2구째 95.7마일 몸쪽 패스트볼을 밀어쳐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어 무키 베츠 타석에서 웨더스의 초구 93.1마일 싱커가 한복판 스트라이크가 되는 사이 2루로 재빨리 내달려 세이프됐다. 마이애미 포수 닉 포르테스의 2루 송구가 2루수를 맞고 옆으로 흐르는 사이 오타니는 3루까지 내달렸다.
그런데 오타니는 이후 4차례 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이날 5타수 1안타에 삼진을 2개나 당했다. 타격감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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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최근 "50-50 대기록이 오타니 마음의 맨 앞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noticed that the 50/50 milestone is front of mind for Ohtani). 스프레이 히팅보다는 공을 잡아당기는 히팅이 자주 나온다. 이 때문에 공을 스트라이크존에서 최대한 늦게까지 보고 스윙하기보다 미리 정해진 스윙을 하는 게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스스로는 "부담없다"고 했지만, 50-50을 앞두고 긴장감, 초조함이 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사실 오타니도 당시 "타격 메카니즘에서 한 가지를 조정하고 있다"고 했는데, 로버츠 감독이 지적한 스윙 타이밍 보완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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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의 50-50 사냥이 현지 언론과 팬들의 본격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3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43호 홈런과 43호 도루를 동시에 찍은 이후다. 당시 오타니는 역사상 처음으로 43-43을 달성했다. 1998년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42홈런-46도루를 넘어선 것이다. 43-43부터는 누구도 밟은 적이 없는 미증유(未曾有)의 세계다. MLB.com이 '오타니의 50-50 트래킹(Tracking Ohtani's path to a 50-50 season)'을 게재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시선이 쏠리면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후 오타니의 성적을 보니 타율과 OPS 하락 속도가 가속화했다. 현지 시각으로 9월 들어 이날까지 오타니는 16경기에서 타율 0.234(64타수 15안타), 4홈런, 6도루, OPS 0.803을 마크했다. 시즌 평균과 비교하면 타율과 OPS 모두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다. 이 기간 무안타 경기가 7차례이고, 삼진은 69타석에서 23번을 당했다. 삼진율이 31.9%로 시즌 평균 23.1%를 9% 포인트 가까이 상회한다.
8월 31일 0.294였던 시즌 타율은 0.287, 0.999였던 OPS는 0.978로 각각 하락했다. 오타니는 이날까지 149경기에서 타율 0.287(593타수 170안타), 48홈런, 110타점, 119득점, 49도루, 출루율 0.371, 장타율 0.607, OPS 0.978, 87장타, 360루타를 기록 중이다.
물론 여전히 NL에서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OPS, OPS+(174), wRC+(166), 장타, 루타 1위다. 오타니는 지금까지의 페이스를 적용하면 51홈런, 52도루를 마크할 수 있다. 그러나 타율과 OPS가 어디까지 떨어질 지는 알 수 없다. 2년 연속 3할 타율과 1점대 OPS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오타니는 지난해 LA 에인절스에서 타율 0.304, OPS 1.066을 마크하며 생애 두 번째 MVP를 차지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홈런, 타점, 득점, 안타, 장타, 루타, 도루 등 거의 모든 공격 지표가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