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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마' 김상식(35·전북 현대)은 전북의 라이언 긱스(38·맨유)를 꿈꾼다. 쓰임새는 약간 다르지만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맨유의 살아있는 전설 긱스를 닮았다. 축구 선수로 고령의 나이인데도 지칠줄 모르는 체력으로 어린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김상식은 중앙 미드필더를 주로 본다. 공수의 밸런스를 잡아준다. 긱스는 좌우 윙어도 가능하지만 요즘은 중앙 미드필더다. 나이를 감안해서 감독들이 두 선수에게 체력안배를 해준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김상식에게 기대는 부분이 많다. 그라운드에 들어가면 김상식은 경기를 풀어주는 사령관이다. 그는 2009년 전북의 K-리그 첫 정규리그 우승의 숨은 주역이다. 당시 가장 화려하게 빛난 스타는 득점왕, MVP를 동시에 거머쥔 이동국(32)이었다. 하지만 '소리없는 영웅(Unsung hero)'은 김상식이었다. 최 감독은 "2009년 이동국만 영입했더라면 전북은 우승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상식을 같이 데려왔기 때문에 우리가 우승할 수 있었다"면서 "감독으로서 당시 주장이었던 김상식에게 특히 감사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김상식은 2008년말 정들었던 성남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8년을 함께 했던 성남은 김상식을 지켜주지 않았다. 성남은 사령탑이 김학범 감독에서 젊은 신태용 감독(41)으로 바뀌면서 이동국과 함께 김상식은 이적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구단은 전북을 포함 2개 정도 됐다. 전북이 제시한 조건은 다른 구단 보다 좋지 않았다. 김상식은 미래를 내다봤다. 그리고 오기가 생겼다. 몸이 부숴져라 뛰었던 친정 성남에 나이가 먹어도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입증해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최강희 감독의 손을 잡은 첫 해, 챔피언결정전에서 성남을 꺾고 우승했다.
김상식은 우승 복을 타고난 '럭키 가이'다. 총 4번 우승트로피에 키스했다. 성남에서 3번, 전북에서 1번 했다. 이 기록은 최태욱(FC서울) 이운재(전남) 김대환(수원)과 함께 현역 선수 중 최다 우승 기록이다. K-리그 통틀어 가장 많이 우승한 선수는 은퇴한 박남열로 총 7번(성남 6번, 수원 1번)이다.
김상식은 지난해 부진했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은퇴할 때가 됐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잔부상도 많았다. 최 감독은 김상식을 보호했다. 주변에서 김상식은 이제 다 됐다는 얘기가 들렸지만 그렇지 않다고 맞섰다. 2011년, 김상식은 출전 경기 수를 줄였다. K-리그 20경에 출전했다. 1주일에 한 경기씩 뛴 셈이다. 긱스 처럼 완벽하게 몸을 만들고 피로를 푼 상태에서 선발 출전했다. 최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이동국만 회춘한 게 아니다. 김상식이 진짜 회춘모드다. 도대체 뭘 구해 먹는지 나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엄청 뛰어다닌다"고 했다. 김상식이 크게 다치지 않고, 아껴주는 지도자와 함께 한다면 앞으로 3년 정도는 소금 같은 선수로 더 뛸 수 있을 것 같다. 김상식은 내년까지 전북과 계약돼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