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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5일 한국축구의 근간을 흔들어놓은 K-리그의 승부조작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5개월. 승부조작에 연루된 축구인들에 대한 법적 조치가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비극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19일 이수철 전 상주 상무 감독의 자살 소식에 축구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전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윤기원과 전 전북 현대 미드필더 정종관에 이어 승부조작에 얽힌 세번째 죽음이다.
고인과 대구 청구중, 청구고 동기생인 박창현 전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열흘 전 공판 때 같이 갔었는데, 마음이 안정되면 함께 식사를 하자고 약속했다. 힘들어도 이겨내자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됐다"며 울먹였다. 박 전 감독은 "15년 동안 고생하고 기다려 감독이 됐는데 모든 게 한순간에 허망하게 날아가 심적인 고통이 컸다"고 했다.
이 전 감독과 경기도 분당 아파트 이웃이었던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은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는 이 감독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고생만 하다 가셨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 전 감독이 영남대 3년 선배였기에 신 감독의 충격은 더했다.
이재철 상주 단장은 "열흘 전쯤 이 전 감독을 만났다. '1000만원을 받아 선수단을 위해 썼는데 이게 그렇게 큰 죄가 되는 지 몰랐다. 축구인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더라. 그의 죽음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