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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광래 감독의 '지동원 사용법'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09-01 14:40 | 최종수정 2011-09-01 15:13


오는 2일 고양에서 레바논과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르는 축구국가대표팀이 31일 파주NFC에서 훈련을 했다. 지동원이 미니패스 게임을 하다 볼을 잡기 위해 발을 쭉 뻗고 있다.
 파주NFC=홍찬일기자 hongil@sportschosun.com

2일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레바논과의 일전을 앞두고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의 '지동원(20·선덜랜드) 사용법'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12월 30일 시리아전에서 A매치 신고식을 치른 지동원의 자리는 줄곧 '박주영 자리' 아니면 '박지성 자리'였다.

지동원은 지난 1월 카타르아시안컵에서 부상으로 오지 못한 박주영을 대신해 '원톱'으로 나섰다. A매치 데뷔전인 시리아와의 평가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한 후 아시안컵 6경기에서 4골을 쏘아올리며 선덜랜드행을 예약했다.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선 '절친' 구자철과 도움-득점을 주거니받거니 하며 '지-구 특공대'로 이름을 떨쳤다.

아시안컵 직후인 2월 9일 터키전에서 지동원은 부상에서 복귀한 박주영과 처음으로 A매치에 함께 나섰다. 박지성 없이 치른 첫 경기에서 지동원이 원톱, 박주영이 왼쪽날개 자리에 섰다.

이후 6월 가나전에선 자리를 맞바꿨다. 박주영이 원톱, 지동원이 박지성의 자리인 왼쪽 보직을 맡았다. 측면에서 조 감독이 기대했던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선제 헤딩골의 주역이 됐다. 날선 공격력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이후 박지성 자리는 지동원의 몫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2일 레바논전에서 조 감독은 지동원을 다시 원톱으로 올릴 생각을 하고 있다. 박주영이 부상 후유증을 털고 복귀했던 터키전 때와 같은 포메이션이다. 여름 내내 이적 등 신상 문제로 충분한 훈련량을 소화하지 못한 박주영의 컨디션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조 감독은 지동원의 몸 상태와 관련 "체력과 경기력 모두 상당히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낸 바 있다. 물론 쉴새없이 움직이는 조광래 축구의 특성상 '원톱' 지동원과 '왼쪽 날개' 박주영의 사이에 명확한 경계는 없다. 두 공격수가 중앙과 왼쪽을 넘나들며 공간을 창출하고 공격의 활로를 모색하는 창의적인 전술이다.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며 상대의 허점을 노리는 시프트 전법이다. 최전방과 측면이라는 전통적인 의미의 포지션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지동원은 카타르아시안컵 직후 인터뷰에서 선배 박주영과 대표팀 내 '캐릭터'가 겹칠 경우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했었다. "주영이 형과 공존이 안된다면 당연히 내가 빠져야 한다." 하지만 6월 이후 대표팀에서 박주영과 지동원은 평화롭게 공존해왔다. 조광래호는 '박-지' 공존의 해법을 찾아냈다. 원톱과 측면이 모두 가능한 '능력자' 두 프리미어리거의 크로스오버다. 포지션은 컨디션에 따라 맞바뀌지만 영리한 두 선수가 중앙과 측면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전술상의 자유도가 업그레이드됐다. 조 감독의 '지동원 사용법'은 공격 전술의 핵심이자 레바논 공략의 키포인트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2011년 1월 카타르아시안컵 호주전 포메이션. 부상 당한 박주영을 대신해 지동원이 박주영의 자리에서 원톱으로 맹활약했다.

◇2011년 2월 터키 평가전 포메이션. 지동원 원톱, 박주영이 왼쪽 날개 자리에 섰다.

◇2011년 6월 가나 평가전 포메이션. 박주영이 최전방, 지동원이 왼쪽 날개 자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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