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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A대표팀 감독은 30일 선수들을 모두 모아놓고 한-일전을 편집해 보여줬다.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들도 고개를 숙였다. 태극마크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줬다. 정신무장을 재강조했다.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그의 수다도 돌아왔다. 31일 저녁 식사시간 때는 차두리(31·셀틱)와 짝을 이뤄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만큼 현란한 만담을 나눴다. 조 감독이 "시끄러워 죽겠다"고 웃으며 말할 정도였다.
캡틴이 날자 대표팀도 생기를 찾았다. 조광래호는 6월 세르비아와 가나를 각각 2대1로 격파하고 정점을 찍었다. 그 때의 상승세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박주영의 '아스널행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조 감독은 레바논전에서도 박주영의 기를 살릴 계획이다. 그는 이적 문제로 훈련을 제대로 못했다. 여전히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다. 조 감독은 박주영을 왼쪽 윙포워드에 기용한다. 박지성이 태극마크를 반납하기 전 포진한 그 자리는 조광래호 전술의 핵이다. 원톱에는 지동원(20·선덜랜드)이 선다. 둘이 수시로 포지션을 변경하며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박주영 지동원의 '크로스 오버'가 레바논전 제1의 득점루트다.
조 감독은 결전을 하루 앞둔 1일 마지막 훈련에서도 둘을 골문 앞으로 따로 불러냈다. 슈팅 훈련을 시키기 위해서였다. 둘은 약 10분간 조 감독이 내주는 패스를 슈팅으로 마무리하는 훈련을 반복했다. 순간 동작을 요구하는 만큼 정확하게 차기가 쉽지 않았지만 슈팅은 대부분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조 감독은 훈련 뒤 "슈팅 감각을 좀 키워주기 위해서 한 훈련이다. (박)주영이나 (지)동원이 모두 몸이 가벼운 것 같다. 박주영은 아스널 이적이 결정된 뒤 몸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박주영은 아크에 볼을 두고 홀로 프리킥 훈련도 실시했다. 훈련 종료를 알리는 휘슬 소리와 함께 모든 선수들이 센터서클에 집합했음에도 불구하고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3~4차례 슈팅이 골문을 벗어나자, 기어이 마지막 슈팅을 골망 구석으로 향하게 한 뒤 돌아섰다. 조 감독은 흐뭇한 표정으로 박주영의 프리킥 장면을 지켜봤다. 그는 "(박주영이) 뭔가 보여주겠다는 의욕이 대단하다. 본인이 프리킥을 차겠다고 해서 냅뒀다"고 재차 미소를 지었다. 레바논전에서 첫 단추를 잘 꿰야한다. 박주영과 지동원이 대량득점의 키를 쥐고 있다.
고양=김성원, 박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