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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분위기였다. 첫날 소집 때 한-일전 참패(8월 10일·0대3 패)의 상처가 있었다.
적은 내부에 있다. 조광래호가 아픔을 훌훌 털고 미소를 되찾았다. 대표팀이 다시 떠들썩해 졌다. 주장 박주영(26·아스널)의 말문이 다시 트였다. 그는 대표팀 최고의 수다쟁이다. 하지만 한-일전 졸전과 이적 문제로 심란했다. 29일 대표팀에 합류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30일 어린시절부터 꿈꿨던 아스널행이 확정되면서 고민이 눈녹듯 사라졌다.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그의 수다도 돌아왔다. 입이 쉴새가 없다. 31일 저녁 식사시간 때는 이정수(31·알 사드)와 더불어 최고참인 차두리(31·셀틱)와 짝을 이뤄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만큼 현란한 만담을 나눴다. 조 감독이 "시끄러워 죽겠다"고 웃으며 말할 정도였다.
캡틴이 날자 대표팀도 생기를 찾았다. 조 감독도 "이제 예전의 좋았던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는듯 하다"며 안도했다. 조광래호는 6월 세르비아와 가나를 각각 2대1로 격파하고 정점을 찍었다. 그 때의 상승세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박주영의 '아스널행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조 감독은 레바논전에서도 박주영의 기를 살릴 계획이다. 그는 이적 문제로 훈련을 제대로 못했다. 여전히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다. 조 감독은 박주영을 왼쪽 윙포워드에 기용할 예정이다. 박지성이 태극마크를 반납하기 전 포진한 그 자리는 조광래호 전술의 핵이다. 원톱과 수시로 포지션을 변경하며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경기를 통해 감각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아스널 훈련 적응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박주영 윈-윈 해법'이다.
조 감독은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 같다. 아스널행이 결정되면서 박주영의 표정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밝아졌다.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라운드에서도 몸을 만들기 위해 상당히 노력을 많이 한다"며 신뢰를 나타냈다.
한-일전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 레바논전에서 첫 단추를 잘 꿰야한다. 수다쟁이 박주영이 열쇠를 쥐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