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이파크의 임상협(23)과 전남 드래곤즈의 이현승(23)은 전북 시절 나란히 한솥밥을 먹었던 친구다.
1988년생 '동갑내기 절친'이 21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정면 충돌했다. 평소 일주일에 한번쯤은 통화하는 친근한 사이다. 이현승은 전남전을 위해 광양으로 넘어온 임상협에게 일부러 전화를 걸지 않았다."꼭 이기고 싶은 경기였다. 파이터 모드에 돌입했었다"며 웃는다.
◇전남 드래곤즈 이현승
지난 4월 부산 원정에서 0대3으로 패한 이후 전남은 홈에서의 설욕을 다짐했다. 승점 3점 차 전쟁을 앞두고 그만큼 비장했다. 결국 그라운드에서 두 절친은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2006년 열일곱 나이에 전북에 입단한 이현승은 2009년 입단한 임상협과 한 시즌을 함께 보냈다. 같은 나이라 유난히 빨리 친해졌다. 올 시즌 임상협은 부산으로 옮겼고, 이현승은 2010년 서울을 거쳐 올해 임대선수로 전남 유니폼을 입었다. '꽃미남' 임상협은 후반기 부산 상승세의 일등공신이다. 최근 7경기에서 4골, 총 7골을 몰아넣으며 눈부신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FC서울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해 마음 고생이 심했던 이현승은 전남의 주전 미드필더로서 맹활약하고 있다. 서로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임상협을 중앙에서 전담마크한 이현승은 "상협이는 진짜 빠르고, 체력이 좋다. 쫓아다니느라 죽는 줄 알았다"고 실토했다. "부산과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고 절친의 상승세를 평가하더니 "(상협이를) 그 정도면 잘 막은 거죠"라며 웃었다. 절친이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서로 봐주기란 없는 법. 밀고, 넘어뜨리고, 갖은 기술을 써가며 최선을 다해 '진검승부'했다. 흥미진진했던 90분의 경기는 결국 1대1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는데 임상협이 "야, 그만 좀 차!"라며 농을 건네더란다. "미안하다"라며 싱긋 웃었다. '파이터 모드'에서 다시 '절친 모드'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