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우, 여친앞에서 터뜨린 감격 프로 데뷔골

사진제공=부산 아이파크.

감격적인 프로 데뷔골이다.

부산의 수비형 미드필더 박종우(23)가 2년여 만에 골맛을 봤다. 21일 전남과의 K-리그 22라운드에서 전반 22분 오른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아무도 프로 데뷔골이라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사실 2010년 부산에 입단한 뒤 2년여 만에 처음으로 흔든 골망이었다. 때마침 연기자 유망주인 여자친구가 지인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터라 박종우의 골은 최고의 선물이 됐다.

데뷔골이 늦게 터진 감은 있다. 파주광탄중 때까지 공격수로 골도 제법 넣었다. 그러나 서울 장훈고 시절 1학년 때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꾼 박종우는 2학년 때부터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했다. 연세대 시절에도 계속해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이렇게 포지션이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되다보니 골 넣을 기회가 적었다.

박종우는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축구부원도 아니었는데 운동장에서 뛰는 모습만 보고 경기도 용인 포곡초 축구부 감독이 박종우를 스카우트할 정도였다. 이후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15세 이하 대표부터 19세 이하 대표까지 지냈다. 그러나 구자철(볼프스부르크)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홍정호(제주) 등 동기들이 주목받았던 반면 박종우는 상대적으로 음지에 있었다. 박종우는 "당시 동기들은 프로였다. 나는 대학을 택했기 때문에 시각적 차이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연세대를 거쳐 지난해 부산 유니폼을 입은 박종우의 데뷔 시즌은 한마디로 '실망'이었다. 신인 드래프트에 신청하기 전 발등 수술을 받았다. 9개월의 재활 끝에 그해 5월에야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었다. 그런데 또 다시 피로골절이 찾아왔다. 13경기에 출전, 1도움을 올린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올시즌은 다르다. 안익수 부산 감독 밑에서 기량이 만개하고 있다. 많이 뛰면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능력이 안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와 절정의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특히 노장 김한윤의 공간까지 커버하면서 부산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킥 능력도 갖췄다. 올해는 페널티박스 주위에서 벌어지는 프리킥은 스트라이커 한상운과 나눠차고 있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벌어지는 프리킥 찬스 때는 전담 키커로 나선다.

보완해야 할 점은 경기 운영 능력과 공격시 섬세함이다. 아직 플레이가 투박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종우를 그 누구보다 아끼는 안 감독은 "젊은 선수답지 않게 책임감도 강하고 노력파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부산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를 이끌어나갈 선수로 성장 중이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겹경사다. 박종우는 최근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두고 있는 올림픽대표팀 훈련소집 명단에 포함됐다. 이런 긍정적인 요소들이 요즘 박종우를 춤추게 하고 있다.

김진회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