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 여자축구팬 눈높이부터 맞춰라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고양 대교는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엉성한 일처리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고양시와 연고지 협약식을 치르는 대교 선수단. 스포츠조선DB

여자축구 고양 대교는 올해 한국 프로스포츠 신기원에 도전했던 팀이다.

WK-리그 23연승으로 여자 프로농구 안산 신한은행이 가지고 있던 연승 기록과 타이를 이루며 조명을 받았다. 인천 현대제철전에서 1승만 더 거두면 새 역사를 창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 당일에는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 WK-리그를 관장하는 한국여자축구연맹은 경기 후 전후반 합계 점수만 띄워 놓았을 뿐 경기기록 집계조차 하지 못했다. 대기록 달성을 앞두고 있던 대교 사무국도 손을 놓고 있었다. 현대제철과 1대1로 비긴 뒤 허탈한 표정을 짓던 박남열 대교 감독의 입을 통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기록 작성을 앞둔 팀과 해당단체라고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구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 10일 개막하는 '고양시초청 대교눈높이 4개국 국제여자축구 친선 교류전'을 앞둔 대교 사무국의 홍보 방식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이 대회에는 대교를 포함해 '지메시' 지소연과 2011년 독일여자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일본 여자대표팀 주장 사와 호마레 및 대표선수 다수가 포함된 고베 아이낙이 출전한다. 이들은 10일 오후 2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개막전을 치른다. 올 시즌 한-일 여자축구 실업리그에서 나란히 무패를 기록하며 선두 질주 중인 고양 대교와 고베 아이낙의 A매치와 다름없는 빅매치다. 같은날 오후 일본 삿포로돔에서 태극전사들의 한-일전이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한-일 남녀축구 맞대결로도 팬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경기다. 그러나 주최측인 대교는 판만 벌려놓은 채 홍보는 뒷전이다. 대회 준비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관중을 불러모을 방도는 안중에 없었다.

심지어 당초 참가를 약속했던 가나 여자대표팀이 펑크를 내면서 개막 하루 전 '3개국 친선 교류전'으로 간판을 바꿔다는 촌극까지 연출하게 됐다. 9일 아침에서야 가나대표팀의 불참 사실이 확인됐다. 아프리카와의 물리적 거리를 생각하면 이미 도착해서 몸을 풀고 있어도 모자랄 시점이었다. 부랴부랴 회의를 열어 당초 토너먼트 방식에서 대교와 고베, 또 다른 참가팀인 강소 화태(중국)가 풀리그 방식으로 대회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가장 기본적인 룰인 대회 방식까지 하루 전날 급선회했다.

한국 여자축구는 비인기 설움만을 탓하며 어리광을 부릴 때가 지났다. 여자축구에 대한 팬들의 눈높이는 1년 새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3위와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우승이라는 성과가 나온 뒤 팬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4개국 친선대회를 가장 먼저 홍보하고 나선 것도 여자축구 팬 카페 회원들이었다. 발전을 위한 토대는 마련된 것이다. 대교는 여자축구 팬들의 눈높이조차 맞추지 못하고 있다.
박상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