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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감독 취임 축하 전화를 받을때마다 '축하한다'는 말 다음에는 항상 '힘들겠다'는 말이 붙더라구요."
유 감독은 22일 염홍철 대전시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전용연습장과 클럽하우스 완공을 약속받았다. 몇 년간 반복된 단골 레파토리다. 대전시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감독이 취임할 때마다 전용연습장과 클럽하우스를 완공하겠다는 약속을 앵무새처럼 반복해왔다. 유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는지 "쉬고 먹고 자는 기본적인 것이 바탕이 돼야 한다. 내가 대전에 있는 동안에는 반드시 해결하겠다. 사퇴할 각오도 되어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유 감독이 놀란 것은 시설만이 아니다. 각오는 했지만, 더 많은 소문들이 대전을 둘러싸고 있었다. 대부분이 정치적인 싸움에 관한 것이다. 특히 일방적인 소통으로 유명한 김광희 사장과의 관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 감독은 선을 확실히 그었다. 유 감독은 "지금 운동장, 숙소만 왔다갔다 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특별한 일이 있으면 시장이나 사장을 만나겠지만, 주로 선수단과 함께 할 것이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경기력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내가 요청할 때는 나 자신이 아닌 팀을 위해서다. 마찰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필요한 선수 영입이나 경기력을 위해 해야 하는 부분이라면 강하게 얘기할 것이다. 구단에서도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감독에게 한 대전의 약속이 그대로 지켜질 것이라고 믿는 이는 거의 없다. 대전의 축구관계자는 "대전은 구체적 플랜 없이 현재 유 감독의 스타성에만 의지하려고 한다"고 했다.
대전은 '스타 출신' 유 감독의 힘으로 18경기만에 승리를 올렸다. 일단 급한 불을 끄는데 성공했다.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산적해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또 찾아온다. 대전이 프로다워지기 위해 '진짜 프로'를 경험해 본 유 감독의 얘기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선수들이 잘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놓고 좋은 경기를 기대해야죠."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