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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돌아오지 않을 생각으로 떠난다."
자신의 오늘이 있기까지 고마운 사람들을 묻는 쉬운 질문에 의외로 말을 아꼈다."꼭 말해야 해요? 감독님들이 너무 많은데… 마음속에 담아둔 분들이 많은데… 혹시 빠뜨리면 섭섭해 하실 텐데…"라며 난감해 했다. 지동원 특유의 배려심이 빛났다. 자신에 이어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할 K-리거로는 절친이자 라이벌이자 선배인 윤빛가람(21·경남)을 서슴없이 지목했다. "빛가람이형이 유럽 나가도 잘할 것 같다. 실력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이고… 차갑고 냉정하기 때문에 어디서나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력 추천했다. 자신이 떠나면 가장 서운해할 사람으로는 광양루니 이종호(19·전남)을 언급했다. "아무래도 (이)종호가 가장 서운해할 것 같다. (김)영욱이랑 (황)도연이는 친구니까 괜찮을 텐데… 종호는 친한 동기도 없고 저랑 유난히 가깝게 지냈기 때문에…"라며 같한 애정을 표했다.
지동원은 전남 유스 출신으로 광양제철고 시절부터 4년 반을 광양에서 보냈다. 윤석영(21) 김영욱(20) 황도연(20) 이종호(19) 등 유스 동창들과 끈끈한 우정을 쌓으며 꿈을 키웠고, 전남 구단과 가족처럼 같한 정을 맺어왔다. 고교 왕중왕전 등에서 득점왕을 휨쓸며 이미 스타탄생을 예고했던 지동원은 지난해 전남 입단 이후 1년 반동안 39경기에서 11득점 5도움을 올렸다. 프로 첫해 신인왕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전남이 사랑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잡았다. A매치 10경기에서 6골을 넣는 등 대표팀에서 맹활약하면서 본인의 표현대로 '생갭다 빨리' 기회가 찾아왔다. 1년 반만에 예기치 못한 이별을 맞게 됐다.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가 대한민국 차세대 공격수 지동원을 강력하게 원했다. 이적료 350만달러(약 38억원) 연봉 100만유로(약 15억원·이상 추정액)의 호조건으로 떠나게 됐다. 최고의 리그, 최고의 조건, 최연소 나이의 '아름다운 이별'이다. 전남 유스 성공의 아이콘이 됐다. 구단과 팬들의 축복 속에 고별식을 마친 후 세계 최고의 리그로 당찬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잉글랜드에서 반드시 성공하길, 그래서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