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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성 전남 드래곤즈 감독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동원(20)을 잃고 전열을 채 정비하기도 전에 승부조작 2라운드에 휘말렸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고민이 깊어가던 중에 결정타가 터졌다. 22일 믿었던 정윤성(27)이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다. 지난해 9월18일 정규리그 울산 원정전, 0대3으로 전남이 패한 경기가 승부조작 경기로 지목됐다. 구단은 24일 발빠르게 정윤성의 승부조작 연루사실을 발표하고 공개사과했다. 정윤성은 정 감독이 5월 이후 수원 대전 제주 울산전에 4경기 연속 중용했던 공격수다. 5월 7일 수원전에서 지동원의 시즌 첫 골도 정윤성의 발끝에서 나왔다. 지동원과 나란히 호흡을 맞추며 5월 전남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20세 초반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인 전남에서 베테랑 공격수이자, 지동원의 빈자리를 메울 카드로서 내심 기대가 컸다. 지난 5월 승부조작과 관련 선수단 전원 면담을 실시한 자리에서도 정윤성은 결백을 주장했다. 경남 사령탑 출신의 박항서 전 전남 감독이 2009년 진로를 고민하던 제자 정윤성을 경남에서 데려왔었다. '스승' 박 감독 시절 자행한 승부조작이 뒤늦게 수사선상에 올랐다. 승부조작 브로커로 암약한 김동현과 경남 시절 가까웠던 사실이 알려졌다. 스승들은 시차를 두고 망연자실했다.
26일 강원전을 앞두고 정 감독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아직 아무것도 발표된 것이 없으니 나중에 얘기하자"며 말을 아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정 감독은 정윤성이 조사를 받으러 간 이후에도 선수단을 향해 "48시간 안에 돌아올 것이다. 믿어보자"며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토록 믿었던 제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