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김명중의 첫골이 뜻깊은 이유

◇26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강원과의 홈경기에서 전반 23분 선제결승골을 터뜨린 김명중이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사진 제공=전남 드래곤즈

김명중(26·전남)이 드디어 '명중'시켰다.

26일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강원과의 홈경기에서 시즌 첫 골을 터뜨리며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정해성 전남 감독은 "이제서야 터져서 되겠냐"는 말로 핀잔을 줬지만 내심 흐뭇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라운드에서 골을 넣은 김명중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전남으로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팀 에이스 지동원의 공백을 메울 대책을 고민하던 와중에 예기치 않은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다. 승부조작 경기로 지목된 지난해 9월 울산전에 관련된 선수들이 소리없이 검찰에 불려갔다. 흉흉한 소문들이 돌면서 팀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정 감독은 남은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주문했다. 선수들 역시 승부조작 구단의 오명을 떨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뛰었다. 전반 23분 이현승이 왼발로 찬 강슛이 골 포스트를 맞고 나오자 아크 정면에서 김명중이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올랐다. 헤딩으로 골망을 갈랐다. 올 시즌 7경기 출전만에 터뜨린 첫 골이자 팀의 결승골이었다. 오랜만의 인터뷰라며 어색해 하던 김명중은 "다른 감독님 같으면 뺄 수도 있었을 텐데… 감독님이 부담갖지 말고 해라, 한번 터지면 계속 들어갈 것이라고 용기를 주셨다"면서 끝까지 믿어준 벤치에게 감사를 표했다. 지동원의 빈자리를 걱정하던 구단에 새로은 희망을 불어넣었다. 정 감독은 "경기 직전 훈련을 하면서 김명중이나 공영선이 사고를 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는데 명중이가 해줬다"면서 "공격수로서, 팀 고참으로서 좋은 분위기를 이끄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남은 김명중의 마수걸이골에 힘입어 전반기를 시즌 최고 성적인 4위로 마무리했다. 믿음을 저버린 선수들로 인한 상처가 믿음에 보답한 선수들의 활약으로 잠시나마 잊혀졌다.


광양=전영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