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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전에서 결승골(2대1)을 터트린 구자철(22·독일 볼프스부르크)은 우울증을 앓았다고 했다.
이럴 때 선수들은 생각이 많아진다. 구자철은 나이에 비해 성숙한 편이다. 동료들은 그를 '애 어른'이라고 부른다. 그런 구자철도 시즌을 마치고 쓸쓸히 귀국한 후 우울증을 겪기까지 했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당초 생각처럼 만만치 않았다. 될 듯 했지만 골도 쉽게 터지 않았고, 주전 자리도 그냥 주어지지 않았다. 조광래호에 소집됐지만 컨디션이 나빠진 상태였다. 경기에 뛰지 못할 경우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었다.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은 최근 2년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한 그에게 먼저 훈련보다 휴식을 취하게 했다.
그랬던 구자철이 가나전에서 후반 15분 조커로 들어갔고,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뽑았다. 위치선정이 좋았다. 구자철은 "심리적으로 안 좋았는데 이번 골로 그런 마음을 털어버릴 수 있어 좋았다"면서 "독일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내가 돌아갈 곳은 없다. 유럽에서 더 큰 꿈을 꾸겠다"고 했다. 선수들은 소속팀에서의 부진을 대표팀에서 떨치고 반전의 계기로 삼을 때가 종종 있다. 구자철은 가나전을 통해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은 듯 보였다. 구자철은 소속팀의 반대로 19일과 23일 있을 한국 올림픽대표팀의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예선 요르단전에 출전하지 못한다. 대신 23일 독일로 돌아갈 때까지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 '잠수'를 탄 채 휴식을 갖겠다고 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