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전]'포지션 파괴' 김정우, '킬러본능' 살아날까

◇김정우(왼쪽). 스포츠조선DB

올해 3월 온두라스전에서 축구팬들의 관심은 온통 김정우(29·상주)에게 쏠렸다.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이 김정우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조 감독의 고민은 K-리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김정우는 올시즌 이수철 감독이 상주의 지휘봉을 잡은 뒤 보직을 옮겼다.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했다. '포지션 파괴'는 위험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예상 밖의 결과가 나타났다. 시즌 개막전 포함 4경기에서 4골을 터뜨리며 득점 선두를 질주했다.

사실 김정우는 초등학교 때 '득점왕'에 올랐을 정도로 이미 공격력을 인정받았던 선수였다. 그러나 이후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 포지션을 바꾸면서 공격 본능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상대 공격 흐름을 끊고, 공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연결고리 역할이 수비형 미드필더의 주 임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여년간 활동해오던 포지션을 버리자 공격 본능이 되살아났다. 상주 동료들은 우스갯소리로 김정우를 '군팀 용병'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만큼 팀 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조 감독은 대표팀 내에서도 김정우의 상승세를 이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김정우를 온두라스전에서 역삼각형으로 구성된 미드필드진의 오른쪽에 배치시켰다. 그러면서 조 감독은 김정우에게 수비보다 공격에 무게를 두라고 주문했다. 부담이었다. 그러나 김정우는 해냈다. 온두라스전에서 전반 44분 골을 터뜨리며 K-리그 득점 선두다운 모습을 발휘했다.

'킬러 본능'은 세르비아전에서도 보여줘야 한다. 김정우는 이번에도 같은 자리에 선다. 기성용(셀틱)과 이용래(수원)가 든든히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공격을 펼칠 수 있다. 상대 수비수들이 원톱 박주영(AS모나코) 방어에 집중하는 틈을 노려야 한다. 박주영을 적극 활용하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최근 무뎌진 발끝이 다소 부담스럽다. 김정우는 최근 3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해이해진 정신 상태로 인해 2군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우를 활용한 득점 방식은 A대표팀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특히 그가 보여준 '포지션 파괴'는 A대표팀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김정우가 세르비아전에서 다시 한번 '킬러 본능'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다. 김진회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