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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신유빈"'반짝'하는 선수 아닌 오래 반짝이는 선수 될게요!"[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3-04-04 14:54 | 최종수정 2023-04-04 20:40


봄날의 신유빈"'반짝'하는 선수 아닌 오래 반짝이는 선수 될게요!"[진심…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아시안게임 출전은 0%의 가능성이었는데…. 사람들이 온 우주가 절 도왔다고…."

봄날 벚꽃 아래 신유빈(18·대한항공·세계 34위)이 봄꽃처럼 활짝 웃었다. 2023년 평창아시아탁구선수권 및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파견 국가대표 1차 선발전을 전체 1위로 일찌감치 통과했다. 1차 선발전 1~2위에게 주어지는 출전권을 8승1패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가볍게 따냈다.

작년 이맘 때만 해도 신유빈에게 아시안게임은 '딴나라' 이야기였다. 2021년 11월 휴스턴세계선수권 손목 부상 후 수술과 재활로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선발전에 나서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항저우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되면서 거짓말처럼 기회가 찾아왔고, 천금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리그전으로 진행된 무한경쟁을 신유빈은 진심으로 즐겼다. 2차 선발전이 한창인 4일 충남 당진실내체육관 관중석, 홀가분한 표정의 신유빈은 '한솥밥 선배' 이은혜(28·대한항공)를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있었다. 이은혜가 극적인 승리와 함께 태극마크를 확정짓자 뛸 듯이 기뻐했다. "당연하죠. 다같이 잘하는 게 좋으니까요."

신유빈은 어리지만 단단하다. "선발전을 정말 편한 마음으로 했어요. 처음부터 제 것이 아니었으니까. 어쩌다 찾아온 기회니까, '연습한 걸 다하자. 후회없이 하자'는 생각 하나로 임했어요"라고 했다. '하고 싶은 걸 다 했느냐'는 질문에 신유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살 때 라켓을 잡은 '탁구신동' 신유빈은 탁구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선수다. 오랜만의 선발전 강행군 역시 그녀에겐 부담이기보다 가슴 뛰는 설렘이었다. "선발전 전날, '나는 내일 어떤 상황일까. 이길까, 질까? 경기 끝나고 웃고 있을까? 소풍가기 전날처럼 엄청 설šœ楮?"


봄날의 신유빈"'반짝'하는 선수 아닌 오래 반짝이는 선수 될게요!"[진심…

봄날의 신유빈"'반짝'하는 선수 아닌 오래 반짝이는 선수 될게요!"[진심…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신유빈은 '시트콤' 주인공처럼 유쾌발랄하다. MBTI도 '사교적 외교관'이라는 ESFJ. 첫 아시안게임 출전 소감도 명랑했다. "선발 확정 후 아빠 엄마랑 얘기했어요. 난 그냥 탁구를 아주 좋아하는 꼬마였는데 어느새 국가대표가 되고 아시안게임에도 나가게 되고 '드라마' 아니냐고, 신기하지 않냐고. 좋아하는 탁구를 하면서 사랑받을 수 있어 너무 감사해요."

이번 선발전, 신유빈이 '베테랑 톱랭커'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에게 첫 승리를 거둔 게 화제가 됐지만 신유빈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언니를 이겼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어요. 어차피 우리끼리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린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에서 함께 힘을 합쳐 외국 선수들과 경쟁하는 거니까요. 언니와 더 좋은 내용의 탁구를 치면서 함께 더 많이 발전하고 싶어요."


봄날의 신유빈"'반짝'하는 선수 아닌 오래 반짝이는 선수 될게요!"[진심…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봄날의 신유빈"'반짝'하는 선수 아닌 오래 반짝이는 선수 될게요!"[진심…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하지만 신유빈은 가장 먼저 태극마크를 달았음에도 1차 선발전 마지막날, 양하은(29·포스코인터내셔널)에게 유일하게 내준 1패는 못내 아쉬워했다. "전승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선발이 확정되면 마음을 놓고 편하게 친다고 하는데 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완벽한 경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체력이 안받쳐줬어요.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지만요."

사흘간 9경기를 치르는 리그전 강행군, 우려했던 팔목 통증 없이 건강하게 대회를 마친 것 역시 큰 수확. "부상 트라우마를 떨칠 자신감이 생겼다"는 신유빈이 말했다. "손목은 안아팠는데요. 끝나고 악수하는데 팔이 안 올라가더라고요. 막판에 어떻게 쳤는지 기억도 안나요. 세상이 빙빙 돌고 어깨, 다리, 온몸이 다 쑤셔서 끙끙 앓으면서 잤어요. 언니, 오빠들이 이 힘든 선발전을 10년씩 해온 걸 보면 정말 존경스러워요!"


힘들어도 가야할 길, 한국 여자탁구 걱정에 신유빈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2023년 4월 기준 국내 여자선수 최고 랭킹은 전지희의 33위, 톱10내 중국이 7명, 일본이 2명이다. 한국 선수는 전무하다. 한자릿수 톱랭커를 목표로 삼고 있느냐는 우문에 신유빈은 "당연하죠"라고 즉답했다. "지금만큼만 하는 선수가 되려 했다면 탁구를 시작도 안했을 거고, 지금 이런 노력도 안할 거예요. 더 위로 올라가고 싶어요. 더 잘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해야죠. 할 수 있어요" 주문같기도 자기암시같기도 한 파이팅이 믿음직했다. "제 목표는 잠깐 반짝 하는 게 아니라 꾸준히 톱10 안에 머무는 선수가 되는 거예요. 세계 톱랭커들과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예요. 반짝하는 선수가 아니라 오래오래 반짝이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생애 첫 아시안게임 이야기엔 또다시 미소가 번졌다. "주변에서 다들 제게 우주의 기운이 왔다고 해요. 기회가 올 때 준비를 잘해야죠. 준비가 돼 있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어요"라며 "아, 엄청 재미있을 것같아요"한다. 초롱초롱 기대에 찬 눈망울, '한국 여자탁구의 미래' 신유빈은 8일 중국으로 출국해 WTT챔피언스 신시앙에 나선다.
당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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