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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4년 전이었다.
하지만 생애 첫 월드컵이던 2018년 러시아 대회는 제대로 실패였다. 미숙했다. 과도한 긴장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월드컵, 세 글자가 주는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정말 긴장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경기를 뛰면서 긴장하는 것을 느껴 나 스스로도 놀랐다"며 고백했던 황희찬이었다. 특히 독일전에선 굴욕이었다. 후반 11분 교체투입됐지만, 극도의 부진으로 후반 34분 교체아웃 되기도.
이후 4년이 흘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턴에서 뛰고 있으니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여곡절이 많았다. 러시아월드컵이 끝나자마자 독일 함부르크로 임대를 떠났다. 한 시즌 뒤 잘츠부르크로 돌아온 황희찬은 2020년 여름 독일 라이프치히로 완전이적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울버햄턴으로 임대됐던 황희찬은 초반 강렬한 임팩트를 전달하며 완전이적했다.
올 시즌에는 마음고생도 심하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11경기에서 선발로 뛴 건 3차례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 한 골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9월 말에는 타박상, 11월 중순에는 햄스트링(허벅지 뒷 근육)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시간이 길었다. 이 여파로 황희찬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 최종명단에 포함됐지만, 훈련 캠프에서 계속 재활만 하고 있었다. 앞선 우루과이, 가나와의 조별리그 H조 2경기를 모두 뛰지 못했다.
하지만 황희찬은 가장 중요한 순간 천금같은 골을 터뜨렸다. '알라이얀의 기적'을 위해 부상 투혼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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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은 3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역전 결승골을 작렬시켰다.
손흥민의 '기적의 질주'가 먼저였다. 오른쪽 측면 코너킥을 헤딩으로 처리한 볼이 손흥민 앞으로 향했고 손흥민은 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4년 전 러시아 대회 독일전과 닮은 꼴이었다. 이후 아크 서클에서 세 명의 선수에게 막혔지만, 쇄도하던 황희찬을 보고 킬패스를 넣었다. 황희찬은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경고 카드는 중요하지 않았다. 황희찬은 골을 터뜨린 뒤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과 동료, 코칭스태프의 박수 갈채를 느꼈다. 4년 전 악몽이 환희로 바뀐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황희찬은 "경기에 투입되기 전, 흥민이 형이 '네가 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하셨다. 교체로 들어갈때부터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동료들이 해줘서 듬직했다. 1, 2차전을 뛰지 못해 힘이 되고 싶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두 경기에 결장하는 동안 동료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많이 났다. 가나전이 끝나고 '이제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 뭐라도 하자'고 생각하고 그런 각오로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완벽하진 않지만 부상에서 회복했다. 그리고 경기에 나왔다. 너무 감동이었다. 많은 국민이 응원해주는걸 알기에 힘이 났다"고 말했다.
또 "검사 결과가 월드컵 기간보다 더 길었던 것은 사실이다. 의무 팀과 동료들이 믿음을 줬고, 그래서 그 기간보다 빠르게 회복해서 돌아오고 좋은 결과 만들어내서 기쁘다"고 전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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