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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대구와 서울의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15라운드 대결이 펼쳐진 대구 스타디움. 홈팀 대구가 0-2로 밀리던 전반 36분 추격을 알리는 골을 터뜨렸다.
그 골 장면이 역사적 순간이 된 선수가 있었다. '막내' 고재현(19). 데뷔 첫 어시스트였다. "프로 첫 공격 포인트였어요. 마치 제가 골을 넣은 것처럼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수많은 팬 앞에서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고 설楮? 물론 긴장도 많이 됐고요. 사실 제가 교체돼 들어갔을 때는 팀이 지고 있었기 때문에 공격적인 플레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운 좋게도 에드가 선수의 골을 도울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팬들께서 끝까지 응원해주신 덕분에 마지막까지 열심히 달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올해 대구에 입단한 '신인' 고재현은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를 오가는 멀티 플레이어다. 대구 대륜고 출신인 만큼 구단에서는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자질은 충분하다. 20세 이하(U-20)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유망주다. 지난해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챔피언십에 출전했고, 지난 6월 프랑스에서 펼쳐진 툴롱컵 국제대회에도 나섰다.
물론 성인 무대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연령별 무대와 프로의 격차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고등학교와 프로는 정말 모든 게 다른 것 같아요. 가장 크게 느끼는 건 템포에요. 프로에서는 볼을 잡고 뭔가를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 빠르게 플레이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 고재현은 전반기 내내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전반기에 경기에 투입되면 긴장이 돼서 위축이 됐어요. 아무런 플레이도 못하고, 당연히 팀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고요. 그때 (황)순민이 형이 '강해져야 한다. 너는 잘 할 수 있다'고 말해줬어요. 정신이 번쩍 드는 말이었죠. 사실 그때는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조건 강해지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패닉을 극복하고 '열정'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름 내내 구슬땀을 흘렸다. 툴롱컵에서 돌아온 뒤 체력훈련부터 다시 시작했다. "프로와 툴롱컵을 경험하면서 피지컬과 기술적으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팀에 합류하자마자 체력운동을 했고요, 새 외국인 선수들과 전술도 맞췄습니다. 그런데 제가 크로스가 아직 부족해요. 우리팀에는 신체조건이 좋은 에드가 선수가 있기에, 측면에서 위협적인 크로스를 올리면 팀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펄펄 끓는 패기로 무장한 신예로 성장 중인 고재현.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뜨거운 심장에 차가운 머리가 필요하다. 경기 내내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는 마인드 컨트롤. 놀랍게도 이제 막 프로에 발을 내디딘 생짜 신인에게서 발견된다. 그는 믿기 힘들 만큼 침착한 선수다. 구단 관계자는 "청소년 대표로 뛴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나이에 비해 차분하다. 그라운드에서 큰 장점"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올 시즌 목표는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는 거에요. 지금 팀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하루빨리 지금 상황에서 벗어나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더욱 강해져서 프로에서 오랜 시간 뛰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4년 후에 대한 치열한 고민에 빠진 한국축구. 결국 마지막 해답은 사람이다. 젊은 유망주들의 성장 없이 도돌이표를 피할 방법은 없다. 한국축구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 그 속에 고재현이란 이름 석자도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