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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누가 키워?'
조직력이 가장 중요한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제 위치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조직을 승리로 이끈다. 그런 면에서 스웨덴 얀네 안데르손 감독은 훌륭한 리더다. '말만 앞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언론 플레이를 뚝심 있게 이겨내고 팀을 8강에 올려놓았다. 월드컵을 앞둔 안데르손 감독에게 이브라히모비치는 대회 전부터 피곤한 존재였다. 지난 4월 대표팀 복귀를 원한다는 깜짝 발언으로 조용했던 대표팀에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이브라히모비치의 대표팀 합류 희망에 대한 안데르손 감독의 입장은 단호했다. 일관된 반대였다. 여론도 부정적이었다. 대표팀 선수들도 이브라히모비치의 대표팀 복귀 논란은 사업을 위한 쇼라고 비난했다. 실제 그는 비자카드 모델로 러시아에 와서 언론의 주목을 받을 만한 도발적 코멘트를 이어갔다. 스웨덴이 평가전에서 잇달아 무득점에 그치면서 공격력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자 이브라히모비치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내가 없는 대표팀은 기대치가 낮으니 부담 안 가져도 된다"는 등 도발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스웨덴 대표팀 감독에게 이브라히모비치에 대한 질문은 필수였다. 그 때마다 안데르손 감독은 딱 한마디만 했다. "그는 현재 여기에 없다." 이 말 한마디로 그는 묵묵히 선수들을 외풍으로부터 지켜냈다. 결국 개인보다 팀을 택한 안데르손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각종 외신들도 스웨덴의 놀라운 '원팀 스피릿'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포르투갈, 무함마드 살라흐의 이집트,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폴란드는 이미 탈락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히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낸 스웨덴 선수들. 그들의 시선이 더 높은 곳을 향하기 시작했다. 그 경이로운 순간에 '말만 많던' 이브라히모비치는 없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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