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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스웨덴 8강행, 제자리에서 묵묵히 소키운 선수들의 승리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8-07-05 05:20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스웨덴의 조별 예선 첫 경기가 18일 오후(한국시각)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스웨덴 안데르손 감독.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6.18/

'소는 누가 키워?'

한 때 이런 말이 있었다. 어떤 조직이든 티 안나는 곳에서 묵묵히 궂은 일 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조직에는 두가지 부류가 있다. 실제 하는 일은 적은데 그 조그마한 성과를 과대 포장하는 자, 반대로 실제 하는 일이 많은데 차마 민망스러워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 하지 못하는 자, 두 부류다. 조직에 꼭 필요한 인재는 후자다. 그들이 없으면 조직은 결국 망한다. 고로 리더는 제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알아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그들이 소외감 느끼지 않도록 인정하고 북돋워 지치지 않게 해줘야 한다. 말만 번드르르 하게 하는 잡초를 솎아내 소중한 곡식이 영글게 하는 일, 바로 리더의 임무다.

조직력이 가장 중요한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제 위치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조직을 승리로 이끈다. 그런 면에서 스웨덴 얀네 안데르손 감독은 훌륭한 리더다. '말만 앞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언론 플레이를 뚝심 있게 이겨내고 팀을 8강에 올려놓았다. 월드컵을 앞둔 안데르손 감독에게 이브라히모비치는 대회 전부터 피곤한 존재였다. 지난 4월 대표팀 복귀를 원한다는 깜짝 발언으로 조용했던 대표팀에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이브라히모비치의 대표팀 합류 희망에 대한 안데르손 감독의 입장은 단호했다. 일관된 반대였다. 여론도 부정적이었다. 대표팀 선수들도 이브라히모비치의 대표팀 복귀 논란은 사업을 위한 쇼라고 비난했다. 실제 그는 비자카드 모델로 러시아에 와서 언론의 주목을 받을 만한 도발적 코멘트를 이어갔다. 스웨덴이 평가전에서 잇달아 무득점에 그치면서 공격력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자 이브라히모비치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내가 없는 대표팀은 기대치가 낮으니 부담 안 가져도 된다"는 등 도발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스웨덴 대표팀 감독에게 이브라히모비치에 대한 질문은 필수였다. 그 때마다 안데르손 감독은 딱 한마디만 했다. "그는 현재 여기에 없다." 이 말 한마디로 그는 묵묵히 선수들을 외풍으로부터 지켜냈다. 결국 개인보다 팀을 택한 안데르손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각종 외신들도 스웨덴의 놀라운 '원팀 스피릿'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포르투갈, 무함마드 살라흐의 이집트,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폴란드는 이미 탈락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히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낸 스웨덴 선수들. 그들의 시선이 더 높은 곳을 향하기 시작했다. 그 경이로운 순간에 '말만 많던' 이브라히모비치는 없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스웨덴의 조별 예선 첫 경기가 18일 오후(한국시각)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스웨덴 선발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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