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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제각각 징크스의 명암에 누가 울고 웃었나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7-02 05:00


ⓒAFPBBNews = News1



스포츠 승부의 세계에서 징크스는 발생과 소멸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징크스에 걸린 감독-선수들은 '공은 둥글다'를 앞세워 "징크스는 깨라고 있는 것이다."를 자주 외친다.

하지만 징크스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두 얼굴이다. 한방에 깨지다가도 좀처럼 무너지지 않고 '생명연장'에 성공한다. 구경하는 팬 입장에서는 어느쪽이든 쫄깃한 재미를 느낀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제각각 여러가지의 징크스가 등장했다. 이들 징크스 역시 생사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며 희로애락의 새로운 스토리를 선사했다.

그래! 징크스는 깨는 맛이지

우루과이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31·파리 생제르맹)는 러시아월드컵에서 최고의 '징크스 조련사'다. 자신의 발목을 잡은 악연을 깨는 대신 새로운 승리 법칙을 만들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그는 독일과의 3-4위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리고도 2대3으로 패했고 2014년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서 선제골을 넣은 이후 1대3으로 역전패했다. 이 때문에 '카바니의 월드컵 저주'가 생겼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골을 넣고 승리한 데 이어 포르투갈과의 16강전서도 혼자 2골을 쓸어담으며 8강행을 이끌었다. '카바니의 골=승리'라는 기분좋은 징크스가 새로 탄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프랑스는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에서 4대3으로 승리하며 역대 아르헨티나전 4전 전패 징크스에서도 탈출, 짜릿함을 더했다. 뭐니뭐니 해도 징크스 탈출의 백미는 독일전 승리(2대0) 드라마를 쓴 한국이다. 신태용호는 한국 축구사를 새로 쓰고 세계를 놀라게 한 것 외에 아시아에 숨겨진 오랜 원한도 풀어줬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들은 2014년까지 총 8차례 독일을 만나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1974년 통일 이전의 동독과 서독이 분리 출전할 때 같은 조에 속했던 호주가 0대2, 0대3 완패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 사우디아라비아가 0대8 참패하는 등 '달걀로 바위치기'였다. 그나마 비등하게 버틴 국가가 2002년 4강전(0대1)과 1994년 조별리그(2대3)에서 1점 차로 패한 한국이었다. 그랬던 한국이 이번에 '큰일'을 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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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안죽어!' 징크스는 계속된다


당장 1일 새벽(한국시각) 벌어진 16강전에서 또 하나 징크스가 탄생할 조짐을 보였다. 아르헨티나가 프랑스에 패하면서 '직전 대회 결승팀의 동반 눈물'이 징크스로 굳어졌다. 2014년 대회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를 잡고 우승했던 독일이 한국에 발목을 잡혀 조별리그 탈락한 데 이어 아르헨티나도 16강에서 바로 짐을 쌌다. 이 징크스는 우승팀의 저주가 시작된 2006년부터 궤를 같이 한다. 2002년 결승에 진출한 브라질(우승)-독일은 2006년 8강 탈락(브라질)과 4강 탈락(독일)의 쓴맛을 봤다. 이때 결승에 오른 이탈리아(우승)-프랑스는 다음 대회인 2010년 남아공에서 월드컵 사상 최초로 조별리그 동반 탈락의 수모를 겪는다. 2010년 결승팀 스페인(우승)-네덜란드도 2014년에 조별리그 탈락(스페인)과 4강 진출(네덜란드)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에도 4개 대회 연속 결승 진출팀은 웃지 못했다.

세계적인 비운의 스타 리오넬 메시(31·FC바르셀로나)는 지독한 징크스를 끝내 넘지 못한 채 월드컵 무대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유럽챔피언스리그 4회 우승, 프리메라리가 8회 우승, 국제축구연맹(FIFA) 최초 발롱도르 5회 수상+4회 연속 수상 등 프로에서 역대급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가대표 메이저대회와는 악연이 깊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제외하고 성인대표팀에서 코파아메리카 3차례, 이번에 월드컵 4번째 출전했지만 '무관의 제왕'을 벗지 못했다. 그는 2016년 코파아메리카 결승에서 칠레에 패한 뒤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가 주변의 만류로 이번에 재기를 노렸다. 나이도 있고 다음 월드컵에서 메시를 보기 힘들 것이란 게 중론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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