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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의 눈] ‘최소 실점’ 이란 수비, 호날두도 틀어막다

선수민 기자

기사입력 2018-06-26 10:51



정말 잘 막았다.

이란은 26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사란스크의 모르도비아 아레나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B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1대1로 비겼다. 이란은 1승1무2패(승점 4점)으로 3위에 머물며 16강행이 좌절됐다. 포르투갈은 1승2무(승점 5점)로 조 2위.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란은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란은 자신들의 스타일로 정면 돌파했다. 비록 승점 1점이 부족해서 16강은 좌절됐지만, 세계가 놀랄 만한 수비 조직을 보여줬다. 수치상으로도 그렇다. 우승 후보 스페인과 포르투갈, 다크호스인 모로코의 틈바구니에서 최소 실점이다. 아시아 예선 10경기 2실점의 수비력은 월드컵 본선에서도 3경기 2실점으로 잘 발휘됐다. 박경훈 교수와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은 이란의 수비 밸런스를 파헤쳤다.

비록 조별리그 탈락이지만, 이란은 인상적인 전술적 완성도를 보여줬다. 이란은 기본적으로 포백을 사용한다. 4-4-2와 4-1-4-1을 상대에 따라 변형한다. 기본은 '압박'과 '커버'다. 우선 볼과 가장 가까운 선수의 재빠른 접근, 이후 발생하는 공간을 향한 근처 동료의 재빠른 이동을 통한 공간 줄이기가 핵심이다. '수비의 기본'이 흐트러짐 없이 이루어진다.

이란의 수비가 빈틈이 없어 보이는 이유는 '수직적 이동(LINE UP-DOWN)'을 잘 하기 때문이다. '라인업' 타이밍인 상대가 백패스 혹은 횡패스를 할 때, 상대의 첫 터치나 몸의 방향이 등을 돌리고 있을 때, 수비라인은 망설임 없이 전진한다. 상대가 볼을 주고받을 공간을 줄여간다. 상대의 전진 패스 순간엔 3선의 라인이 동시에 뒤로 물러난다. 미드필더와 공격진 모두 하프라인 밑까지 좁히며 내려선다. '투 뱅크(두 줄 수비)'가 형성되는 것이다.

포르투갈전은 지난 두 경기의 4-4-2와 달리 4-1-4-1을 꺼냈다. 전력 상 일대일 대결에서 밀리는 이란은 측면에서 볼을 뺏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상대 측면 미드필더 주앙 마리우 혹은 콰레스마가 볼을 컨트롤하면, 근접한 미드필더 혹은 윙백이 빠르게 커버한다. '수평적 이동(SLIDING)을 통해서 두 명이 한 명을 압박한다. 그에 따라 발생하는 빈 공간은 '1'에 위치한 에자톨라히가 헌신적으로 뛰어서 메웠다. 분석팀 데이터에 따르면 에자톨리히는 10회의 클리어링과 11회의 가로채기를 기록했다.

수비라인을 내리는 것만 잘하는 게 아니다. 득점이 필요할 땐 전방압박도 펼친다. 특히 2차전인 스페인전에선 디에고 코스타에게 선제골을 내준 후, 상대 페널티 에어리어부터 올라서는 모습을 보였다. 내려섰을 때 톱니바퀴처럼 한 명이 압박하면, 주변 한 명은 그 공간을 메워주는 형태가 전방에서도 이어졌다. 비록 득점까지 연결하진 못 했지만, 세계 최고의 볼 소유 능력을 자랑하는 스페인이 이란을 상대로 후반전 주도권을 뺏긴 채 7회의 슈팅을 허용했다. 포르투갈을 상대로도 전방에서 압박하며 크로스 기회를 얻었고, 결국 상대 핸드볼을 유도하며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포르투갈전에선 변칙적 수비전술도 선보였다. 원톱 사르다르 아즈문에게 상대 빌드업의 시작점인 수비형 미드필더 윌리엄 카르발류 전담 마크를 맡겼다. 결국 포르투갈은 패스 정확도가 가장 뛰어난 카르발류의 발에서 공격지역으로 볼을 보낼 수 없었다. 센터백들이 풀백에게 패스한 후 측면 크로스를 시도하거나, 이마저도 더블 압박에 막히면 다시 후방으로 이동하여 롱볼로 전방에 붙여놓는 방법을 택했다. 호날두도 결국 수시로 하프라인 근처까지 내려와 빌드업에 가담했다. 이로 인해서 최전방에서 가장 위협적인 호날두의 장점이 상쇄되었다. 이란이 상대 최고의 무기 두 가지를 동시에 약하게 만든 셈이다.

이처럼 이란의 전술적 완성도는 아주 높았다. 비록 경기 지연 행위나 간혹 거친 플레이로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스페인과 포르투갈마저 1점으로 틀어막은 팀 밸런스는 대단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7년을 걸쳐 완성한 점을 감안하면, 감독 교체가 잦은 아시아 대륙에 의미하는 바도 컸다. 특히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의 대세인 '잘할 수 있는 것을 준비하면 약팀도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대표 주자가 이란이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통할 수비조직과 밸런스를 보여준 이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 박수를 보낸다.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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