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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는 신태용호의 최대 고민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부터 이어진 수비 고민은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질 않는다. 사실상 베스트 전력으로 나섰던 지난 3월 유럽평가전에서도 수비는 달라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김진수 김민재(이상 전북) 두 핵심수비수가 부상으로 쓰러졌다. 21일 소집 후 본격적인 담금질을 통해 수비를 개선하려는 신 감독의 계획도 틀어졌다. 최종 엔트리 23명에 김진수 김민재 등을 추가로 선발할 가능성이 높지만, 어쨌든 이들을 대신할 자원들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14일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있는 신 감독의 머리가 아플 수 밖에 없다.
포백을 즐겨쓰는 신 감독 체제 하에서 오른쪽 스토퍼는 장현수의 몫이다. 장현수가 공중볼에 약점을 보이지만, 신 감독은 그의 빌드업과 수비 리딩 능력에 절대적 신뢰를 보내고 있다. 사실상 고정이라고 봐도 된다. 왼쪽 스토퍼는 김민재의 자리였다. 김민재는 이 자리를 무난하게 소화했지만, 이번 유럽 원정에서 다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민재를 지도했던 서보원 한수원 코치는 "오른발잡이인 민재는 대학시절부터 지금 전북까지 주로 오른쪽에 섰다. 민재의 A대표 데뷔전이자 호평을 받았던 이란전에서도 오른쪽이었다. 왼쪽에 서는지, 오른쪽에 서는지에 따라 확보하는 시야나 볼 처리에서 차이가 있다. 민재가 장현수와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춘 유럽원정에서는 왼쪽에 자리하며 미세하게 움직임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왼발잡이 센터백의 필요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신태용호에는 왼발잡이 센터백이 전무하다. 공교롭게도 쓸만한 왼발잡이 센터백은 논란의 중국파, 김영권(광저우 헝다)과 권경원(톈진 취안제)이다. 이들은 최근 대표팀과 거리가 있다. 김영권은 실언과 부진이 겹치며 급격히 자리를 잃었다. 권경원도 김민재의 성장과 함께 입지가 줄어들었다. 유럽원정에서도 제외됐다. 하지만 경험과 기량만큼은 무시하기 어렵다. 월드컵 경험이 있는 김영권은 스피드와 빌드업 능력이 뛰어나다. 권경원도 마찬가지다. 권경원은 톈진 수비의 핵으로 활약 중이다. 이들은 슈퍼리그에서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8일 맞대결을 펼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도 풀타임 활약했다.
왼발을 무기로 하는 김영권과 권경원은 수비 밸런스 측면에서 분명 고려해볼만한 카드다. 장현수의 불안한 수비력을 커버해준 김민재가 쓰러진만큼 더더욱 고심해볼만한 카드다. 심리적인 부분만 떨쳐낸다면, 김영권-권경원은 한국의 불안한 수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자원이다. 신 감독은 어떤 선택을 내릴까. 답은 14일에 공개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