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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전]감출수 없는 존재감, 기성용의 3단 변신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9-08 21:56



수비수야? 미드필더야? 공격수야?

셋 다 맞았다. 우루과이의 강한 공격력을 막기 위한 맞춤형 전술, '변형 스리백'의 핵심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중앙 수비수로 변신했다. 그리고 90분동안 세 가지 포지션을 소화하며 전천후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기성용이 8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에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격했다. 신태용 코치가 예고한대로 '쇼킹'한 변신이었다. 기성용은 2012~2013시즌 잉글랜드 리그컵 결승에서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격한 경험이 있다. 청소년대표 시절에도 중앙 수비수로 한 경기에 나선 적이 있다. A대표팀에서는 '첫 경험'이었다.

기성용을 중심으로 한 스리백이 만들어졌다. 좌우에 김영권(광저우 헝다)과 김주영(서울)이 포진했다. 3-4-3 포메이션이었다. 김창수(가시와)와 차두리(서울)이 좌우 윙백으로 나섰고 중원은 이명주(알아인) 박종우(광저우 부리)가 책임졌다. 최전방은 이동국(전북)을 중심으로 손흥민(레버쿠젠)과 이청용(볼턴)이 좌우 날개를 맡았다.

합격점을 줄만한 변신이었다. 그러나 아쉬움도 남았다. 기성용은 수비 중심에 자리했다. 여유가 넘쳤다. 수비 진영의 페널티박스에서 공을 잡아도 서두르지 않았다. 상대 공격수가 압박을 들어오면 드리블로 벗겨냈고 노련한 볼 트래핑으로 공을 지켰다. 포지션 특성상 상대의 공격수 카바니, 에르난데스와 자주 몸을 부딪혔다. 전반 8분 로드리게스의 드리블 돌파를 끝까지 ?아가 공을 밖으로 쳐냈다. 31분 기성용은 카바니가 중앙 돌파를 시도하자 파울로 끊어냈다. 양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는 장신을 이용해 헤딩으로 걷어냈다. 그러나 실수 장면도 속출했다. 전반 34분에 공격에 가담했던 기성용이 너무 깊숙히 침투해 수비 가담이 늦었다. 우루과이의 역습이 중도에 끊이지 않았다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였다. 후반에는 결정적인 파울을 범해 실점에 빌미를 제공했다. 후반 23분, 기성용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공을 끌다 상대 공격수에게 볼을 빼앗겼다. 결국 파울로 공격을 끊어냈지만 이어진 세트피스에서 히메네스에게 헤딩골을 허용해 아쉬움을 남겼다.

진가는 공격에서 드러났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시 기성용이 키를 잡았다. 뒤에 김주영과 김영권을 남기고 홀로 전진했다. 순간적으로 기성용은 홀딩 미드필더로 변신했다. 후방에서부터 날카로운 롱패스를 찔러줬다. 전반 1분만에 왼측면을 파고드는 손흥민에게 자로 잰듯한 패스를 내줬다. 또 평소처럼 좌우로 공간을 벌려주는 패스를 찔러주며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소화했다.

후반 22분,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다. 수비진영 페널티박스 앞에 있던 기성용이 우루과이의 문전으로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정확한 롱패스를 찔러줬다. 골키퍼와의 단독 찬스를 맞이한 손흥민이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지만 기성용의 정확한 패싱 능력과 손흥민의 침투 능력이 빛을 발휘한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기성용은 공격 능력도 뽐냈다. 수 차례 공격에 가담했다. 세트피스시 공격에 적극 가담해 다섯 차례나 헤딩 슈팅을 쏟아냈다. 후반 39분에 시도한 헤딩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아 아쉽게 득점에 실패했다. 후반 40분 이후에는 공격수로 변신해 최전방에서 머물렀다. 원톱처럼 지속적으로 헤딩 득점을 노렸다.


기성용의 외도는 후반 23분에 끝이 났다. 실점을 한 뒤 신태용 코치가 3-4-3 전술에 변화를 줬기 때문이다. 공격형 미드필더 박종우 대신 한국영을 투입하며 4-2-3-1로 전환했다. 기성용은 본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복귀했다. 한국영과 함께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다. 명불허전이었다. 중앙 수비수, 홀딩 미드필더, 공격수 등 홀로 다양한 역할을 홀로 소화해냈다. 한 번의 실수가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의 변신은 변화를 시도하는 한국 축구에 활기를 불어 넣기에 충분했다. 기성용의 활약이 이어지자 경기장을 꽉채운 3만8183명의 팬들은 기성용의 이름을 연호했다. 패배속에서도 빛난 기성용의 맹활약이었다.


고양=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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