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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SC전술판]'부활 스리백' 네덜란드-멕시코의 같은 듯 다른 활용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6-16 06:34


그래픽=

문성원 기자

2014년 브라질월드컵 초반 가장 눈에 띄는 전술의 트렌드는 스리백의 부활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 대세로 불리던 스리백은 2000년대에 접어들며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일부 클럽들이 사용하기도 했지만, 수비 강화를 위한 일시적인 방법이었다. 스리백이 사라진 것은 원톱이 유행을 타면서부터였다. 한 명의 공격수를 막기 위해 3명의 센터백이 포진하는 것이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공간 활용이 중요한 현대축구에 맞지 않다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스리백은 이탈리아 세리에A를 중심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유벤투스가 스리백 카드로 세리에A를 정복했다. 빅클럽들 사이에서도 심심치 않게 스리백 카드가 사용되고 있다. 국가대표 레벨에서도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이 그 시작이다. 네덜란드와 멕시코, 코스타리카가 스리백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인상적이었던 네덜란드와 멕시코를 통해 달라진 스리백을 분석해봤다.

티키타카 잡은 네덜란드의 파이브백

네덜란드는 스페인의 패싱게임을 잡기 위한 카드로 스리백을 꺼냈다. 엄밀히 말하면 파이브백이다.기본은 이렇다. 스리백에 좌우윙백까지 내려선 파이브백을 수비의 기본 전형으로 한다. 네덜란드의 수비는 최근 축구의 흐름과 달리 수비라인을 뒤로 내렸다. 수비라인 바로 앞에는 기동력과 수비력이 뛰어난 나이젤 데 용과 조나단 데 구즈만을 포진시켰다.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5명의 수비수가 하나의 블록을 형성했다. 테크닉이 좋은 스페인 선수들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정확히 말하면 이들을 가둬둔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패싱게임의 기본은 공격과 수비 라인을 콤팩트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패스를 하는 거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숏패스가 롱패스보다 정확도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네덜란드의 덫에 갇힌줄 모른채 패싱게임을 지속했다. 볼은 소유하고 있었지만 위협적인 장면까지 만들지 못한 이유다. 네덜란드는 7명이 항상 수비진영에 있다보니 숫적으로 앞섰다. 3명의 중앙수비수는 박스안에서 스페인 공격수를 압도했다.

뺏어낸 볼은 곧바로 역습으로 이어졌다. 여기에도 한가지 마법이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베슬러이 스네이더가 사실상 포워드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아르연 로번-로빈 판 페르시 투톱이었지만, 스네이더의 가세로 공격진의 숫자가 늘어났다. 이들은 스페인이 패싱게임을 위해 끌어올린 수비라인 뒷쪽으로 움직이며 찬스를 만들어냈다. 좌우에 포진한 달레이 블린트와 대릴 얀마트는 터치라인까지 깊숙히 오버래핑하기 보다는 멀리서 얼리크로스를 시도하며 침투한 공격수들에게 볼을 연결했다. 전반 44분 터진 판 페르시의 동점 헤딩골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멕시코가 보여준 공격적인 스리백

네덜란드의 스리백이 수비에 초점을 맞췄다면 멕시코의 스리백은 공격이 포인트다. 미드필드의 숫자를 늘려 공격을 극대화한다. 최대 6명의 미드필더가 상대와의 허리싸움에서 우위를 보인다. 카메룬전을 살펴보자. 멕시코는 미드필드 싸움에서 카메룬에 완승을 거뒀다. 공격의 주루트는 사이드였다. 좌우에 포진한 미구엘 라연과 파울루 아길라르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라연과 아길라르는 윙포워드라 볼 수 있을 정도로 과감하게 전진했다. 이들 뒤에 포진한 안드레스 과르다도와 엑토르 에레라 역시 측면 공격을 적극지원했다.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선 지오반니 도스 산토스가 중앙의 연결고리로 나섰다. 멕시코의 미드필드는 짧은 패스로 상대를 공략한 뒤 측면을 통해 공격을 마무리했다. 빗속에서 경기가 치러지는 최악의 조건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짜임새가 넘쳤다. 이들이 공격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스리백의 존재 때문이다.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엑토르 모레노, 라파엘 마르케스 스리백은 철저하게 뒷공간을 막는데 주력했다. 이탈리아식 스리백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로드리게스와 마르케스가 넓게 벌려서며 측면을 커버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후안 바스케즈가 밑으로 이동하며 중앙 수비를 보완했다. 카메룬의 공격이 무력했던 것도 있지만, 스리백 조직력 자체가 견고했다. 지역예선 내내 최악의 모습을 보인 멕시코가 이번 월드컵을 위해 갈고닦은 흔적이 느껴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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