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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브라질 동행기]유쾌한 휴식, 그리고 철통경호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6-12 11:07



지구 반바퀴를 돌았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전지훈련을 마친 홍명보호가 결전지인 브라질에 입성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대표팀은 11일(한국시각) 마이애미국제공항을 출발, 베이스캠프인 브라질 이구아수에 도착했다. 지난달 30일 20여시간의 장거리 이동을 했던 홍명보호는 여름에 접어드는 북반구(미국)에서 겨울인 남반구(브라질)로 넘어왔다. 홍명보호의 출발부터 함께 한 스포츠조선은 이번에도 홍명보호와 동행 했다.

지동원은 쇼핑 도우미?

홍명보호는 11일 마이애미의 세인트토마스대학 운동장에서 가나전 회복훈련을 마친 뒤 숙소인 턴베리아이슬리조트에서 짐을 꾸렸다. 반나절 간 휴식을 취한 뒤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지원스태프들이 먼저 공항에 도착해 각종 짐을 부치고, 이후 선수들이 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마쳤다. 마이애미 입성 때와 마찬가지로 붉은 물결이 넘쳤다. 가나전 패배에 대한 원망은 없었다. 공항 로비에 "대~한민국!" 구호가 메아리 쳤다. 마이애미 교민들은 선수들에게 "잘 하고 오라" "가나전은 잊고 16강에 가자" 등 덕담을 건네면서 홍명보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홍 감독과 선수단 모두 교민들의 사인 요청에 일일이 응하면서 성원에 답했다.

가나전 패배로 침체된 선수단 분위기를 예상했다. 기우였다. "패배의식은 마이애미에 두고 왔다"던 홍 감독의 말은 사실이었다. 1시간30분 가량의 짧은 자유 시간 동안 선수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피로를 풀었다. 단짝 이청용(볼턴) 기성용(스완지시티)은 공항 곳곳을 둘러보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쇼핑도 빠지지 않았다. 언어의 장벽은 동료애로 풀었다. 선수들은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른 뒤 "(지)동원이 좀 불러보라"며 손짓을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덜랜드와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 생활을 하면서 언어의 달인이 된 지동원은 통역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홍 감독은 VIP라운지에서 피로를 풀며 브라질월드컵 본선 구상에 매진했다.

미국인들도 "태극전사 힘내세요!"

깜짝 이벤트가 있었다. 홍명보호를 브라질 상파울루의 과룰류스국제공항까지 태운 미국 항공사가 태극전사 응원대열에 동참했다. 이들은 비행기 탑승 게이트에 'Good Luck, Taeguk Warrior!(태극전사에 행운을)'라는 붉은 피켓을 걸어 놓았다. 브라질월드컵이라는 세계 최고의 축제에 참가하는 한국의 선전을 진심으로 기원했다. 깜짝 응원에 홍 감독과 선수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미국과 브라질의 시차는 1시간이다. 브라질이 1시간 빠르다. 홍명보호가 마이애미를 출발한 때는 현지시각으로 오후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성인대표팀의 특권인 비즈니스석에 자리를 잡은 선수들은 비행기가 이륙하자 곧장 휴식모드로 들어갔다. 1시간 정도가 지나자 대부분이 잠자리에 들었다. 대화나 영화감상으로 시간을 보내는 선수들도 있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마이애미 입성 당시 장거리 비행으로 지칠대로 지쳤지만, 상파울루까지의 여정은 휴식을 취하기에 딱 좋았다.


철통경호 속 브라질 입성

비행기가 상파울루 상공에 접어들자 기장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오늘 비행에 함께 한 한국 월드컵대표팀에게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착륙 준비를 하던 승객들은 박수를 치면서 홍명보호를 응원했다. 멕시코를 응원하기 위해 브라질에 간다는 한 외국인은 "한국이 러시아 알제리를 이기고 16강에 갈 것"이라고 큰소리 쳤다.

활주로를 달려 출구에 접어든 비행기가 멈춰섰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월드컵대표팀은 외부 승객보다 앞서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수속을 밟았다. 브라질에선 정반대였다. 모든 승객이 내리고 홍명보호가 가장 나중에 일어섰다. 훈련복에서 양복 차림으로 갈아 입은 선수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긴장이 교차했다.

비행기 밖에선 철통경호가 펼쳐졌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브라질월드컵 조직위원회 관계자, 현지 언론 뒤에는 총기를 든 무장 군인과 장갑차가 버티고 있었다. 계단을 통해 활주로로 내려온 홍명보호는 차분하게 이동했다. 지난 1월 브라질 전지훈련 당시 분위기와 천지차이였다. 본선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장면이었다. 선수단은 FIFA와 조직위가 별도로 마련한 공간에서 입국 수속을 밟은 뒤 활주로에서 곧바로 전세기에 올라타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로 향했다. 결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구아수(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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