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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조광래 감독 "자철아! 예전의 감각을 다시 찾아라"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6-11 07:27



그래픽=

문성원 기자

아쉽다. 하지만 끝은 아니다. 아직 월드컵은 시작되지 않았다.

가나와의 평가전을 끝으로 월드컵대표팀의 모든 조율은 끝났다. 이제 실전만 남았다. 물론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았다. 수비라인은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다. 미드필드에서의 패스도 원할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새롭게 만들 시간은 지났다. 속에 있는 능력을 끌어내야 할 시기다.

수비라인 왜 무너졌나

수비라인 전체가 아래로 처져 안정 위주의 경기 운영을 하려한 것 같다. 그러나 더 많은 것을 잃었다. 공격과 중원, 수비라인 간격의 폭이 벌어지면서 전체적인 경기 운영이 원활하지 못했다. 상대가 전방 압박(포어 체킹)을 시도하자 수비라인에서 80% 이상 롱킥으로 볼처리를 했다. 볼을 상대에게 헌납하는 형국이었다. 그 결과 미드필더 주도권도 빼앗겼다. 상대는 여유롭게 패스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고, 우리는 항상 조급한 상황이었다. 역습에서 첫 실점을 허용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볼점유율은 우리가 앞섰지만 좋은 찬스는 상대가 더 많았다. 우리는 급한 상황에서 찬스를 만들었다. 그 결과 0대4 스코어차가 나타났다.

수비라인 해법은 없나

개개인 컨디션은 70~80% 회복이 된 것 같다. 그러나 팀 컨디션을 70~80%까지 끌어올려야 하는데 아직 부족하다. 남은 기간 100%로 끌어올리는 부분을 신경써야 한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선 이제는 베스트 11을 확정해야 한다. 공격은 개인 기량으로 커버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수비 조직력은 하루 아침에 쉽게 되지 않는다. 나도 수비를 바꿔 실책을 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 홍 감독도 차분하게 정리해야 할 타이밍이다. 이제 베스트 11을 확정한 뒤 선수들에게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조별리그에서 3경기를 해야하는데 성격이 다른 상대에 따라 어떤 전술로 경기 운영을 할지 인지시켜줘야 할 시점이다. 그래야 선수들도 피부로 느끼면서 준비할 시간을 갖는다. 평가전 결과는 아쉽지만 성적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2014브라질월드컵 대표팀 한국과 가나의 평가전이 10일 오전(한국시간)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가나의 아위에게 세번째 골을 허용한 구자철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미국에서 가나와 최종평가전을 치른 홍명보호는 12일 브라질에 입성해 월드컵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를 이어간다.
마이애미(미국)=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6.10/
기술은 기본에 충실하자


골은 허용할 수 있다. 0대5, 0대7로 질 수도 있다. 그러나 기술적인 부분은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 가나전을 앞두고 역습에 대비해서 훈련을 했다는데 전혀 그런 부분이 안나왔다. 역습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격시 볼을 커트 당했을때 가까이 있는 선수가 최대한 빨리 압박에 들어가야한다.

하지만 압박에도 법칙이 있다. 상대가 수비라인 중앙 지점에서 볼을 가졌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더 불리한 상황이 나올수 있다. 넓은 그라운드 전체에 걸쳐 압박을 할 순 없다. 우리 선수 4명이 중앙, 측면 등 경기장 곳곳에서 정사각형을 만들어가면서 압박을 해야 한다. 가나전에선 전혀 그런 조직이 없었다.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선수들끼리 조합을 이뤄야 한다. 벤치의 지도자들은 방향만 제시하는 것이다. 공격, 수비시 정사각형 형태의 패싱 플레이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전세계 축구가 다 그런 형태다. 정사각형 형태로 패싱 플레이를 하면서 사이드, 중앙을 돌파하다가 볼을 빼앗기면 그 자리에서 4명 가운데 2~3명이 전방 압박을 펼치면 된다. 현재 우리 선수들의 기량을 보면 남은 기간 충분히 숙지할 수 있다. 체력과는 무관한 부분이다. 생각의 속도만 높이면 된다.

자철아! 예전의 감각을 찾아라

현대 축구에서 공격시 '깊게, 넓게'라는 말이 교과서가 됐다. 바르셀로나는 물론 스페인대표팀 등 대부분이 지향하는 전술이다. 깊게, 넓게 플레이를 펼쳐야 공격 지역의 15m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가나는 그랬다.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순서가 있다. 그 열쇠는 주장 구자철이 쥐고 있다. 우리 수비가 볼을 잡을 때 자철이가 깊게 박힌 (박)주영이에게 붙는데 왜 미리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기)성용이와 (한)국영이가 내려서던지 사이드로 벌리면 자철이가 재빨리 미드필드로 내려와 전개 플레이를 이어가야 한다. 그래야 윙포워드 한쪽 사이드는 중앙, 다른 사이드는 넓게 파고들어 갈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그런 운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런 부분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다. 자철이가 가진 감각이 되살아난다면 남은 기간까지 보완이 가능하다. 미드필드에서 패싱 플레이가 돼야 전방의 스리톱이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공간을 만들 수 있는 타이밍을 만들 수 있다. 타이밍을 만들어주면서 플레이를 해야 한다.

다시 힘을 내자. 우리 선수들은 남은 기간 충분히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가나전은 평가전일 뿐이다.
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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