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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인기실감' 김건우, 길거리서 1시간 발묶인 사연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09-01 18:54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종 경기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운 김건우가 1일 대구스타디움 근처에서 팬들의 요청에 한시간동안 발이 묶인채 사인을 하고 있다.
대구=하성룡 기자

"인기를 실감한다."

한국 10종 경기의 대들보 김건우(31·문경시청)가 길거리에서 한 시간동안 발이 묶였다. 높아진 인기 때문이다. 1일 남자 창던지기 예선에 출전하는 정상진(27·용인시청)의 경기를 관전하러 가던 김건우를 팬들이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한 것. 처음에는 4~5명만이 주변에 모여들었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 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길거리 사인회가 됐다.

며칠전 경기장에서 직접 티셔츠에 김건우의 사인을 받았다는 육상 팬 권기훈씨(31)는 "정말 친절하다. 볼때마다 인사해도 웃으면서 반겨주고 사인요청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권씨는 10종 경기를 관전하기 전까지 김건우를 전혀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팬이 됐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한국신기록을 내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감동 받았다. 앞으로 많이 응원할 것이다."

김건우는 28일 끝난 남자 10종 경기에서 한국신기록(7860점)을 세우며 30명 중 17위를 차지했다. 마지막 종목인 1500m에서 2위로 골인하며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김건우를 연호했고 이어 "대~한민국"을 크게 외쳤다. 당시의 감동은 외국인 관중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보다. 독일에서 왔다는 육상팬 세바스찬은 "1500m를 직접 관전했는데 그의 투지에 놀랐다. 한국에 와서 새로운 육상 스타를 알게 돼 기쁘다"며 김건우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김건우의 사인이 담긴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에 나타난 한 팬이 김건우에게 다시 사인을 받으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대구=하성룡 기자
땡볕에서 한 시간동안 사인을 한 김건우는 "받은만큼 돌려줘야 선수로서의 도리다"라며 "이전에는 길거리를 지나다녀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요즘은 '경기 잘봤다'는 인사와 함께 팬들이 사인을 요청한다. 인기를 실감한다. 색다른 경험"이라고 말했다. 힘든 기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팬들의 관심이 고마웠다. 그는 "이렇게라도 해서 육상을 알릴 수만 있다면 몸은 힘들어도 팬들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성적을 내면 이렇게 팬들이 응원해주시는 것을 보니 후배들도 꼭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육상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사인에 'Decathlon 육상 10종 경기'라는 문구를 꼭 넣었다.

그런데 김건우는 사인을 하는 동안 계속 주변을 살폈다. 멀찌감치 서서 자신을 기다리는 친구가 못내 신경쓰이는 듯 했다. 멀리뛰기 선수 출신으로 김건우와 대학동기이자 함께 운동을 했던 친구 박영호씨(31)였다. 박씨는 함께 경기를 관전하러 왔다가 발이 묶인 김건우를 옆에서 지켜봐야만 했는데 오랜 기다림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친구가 자랑스러운듯 했다. 그는 "회사에서도 건우와 친구인걸 알고 사인을 받아달라고 부탁한다. 친구가 인기가 있어 사인을 하는 거니깐 한시간 기다려도 괜찮다"며 끝까지 곁을 지켰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팬들에게 무한 사인 봉사를 한 김건우는 마지막 팬에게 사인을 해주고는 유유히 경기장 안으로 향했다.


대구=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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