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3000m 장애물의 간판 스타 이지키엘 켐보이(29·케냐)의 마음 속에는 딱 두 단어가 박혀 있다. 바로 '의리'와 '인내'다.
영국의 도시 맨체스터와도 인연이 깊다. 켐보이는 2002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커먼웰스게임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자신의 국제대회 첫 메달이었다. 이를 기념해 자신의 아들이름을 키프로노 맨테스터 켐보이로 지었다.
2002년 켐보이에게는 돈을 많이 벌 기회도 있었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국가들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아프리카 선수들을 수입했다. 이 시기 귀화한 선수 가운데는 사이프 사이드 사힌(카타르)도 있었다. 켐보이에게도 제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나라를 버릴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득이 됐다. 사힌이 카타르로 떠나자 켐보이는 안정적으로 케냐 대표로 나서게 됐다. 이는 2003년 올아프리카게임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우승의 발판이 됐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잡았다.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켐보이는 묵묵히 훈련에 매진했다. 좋은 결과가 찾아왔다. 2009년 베를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세계선수권회 첫 금메달이었다. 상승세를 탄 켐보이는 결국 대구에서 8분14초85로 2연패를 일구어냈다. 켐보이는 웃통을 벗고 엉덩이춤을 덩실덩실 추며 기쁨을 표현했다. 은메달은 케냐의 브리민 킵로프 킵투로가, 동메달은 프랑스의 마히딘 멕히시 베나바드가 차지했다.
대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