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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전 빅뱅 멤버 겸 배우 탑(38, 본명 최승현)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고 사죄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50분 내내 떨리는 목소리로 취재진의 질문에 응답한 탑이었다. "솔직한 마음으로 오랜만에 (언론 앞에) 나서다 보니 두려움이 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힌 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에 요청해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캐스팅부터 '인맥 캐스팅 논란' 등에 부딪혔던 그였기에 부담감도 상당했을 터. 탑은 "마음이 무거웠다. 그 안에서 반성의 시간을 가지면서 책임감을 가지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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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에 대한 논란은 꼬리표로 따라왔다. 공개 이후 탑의 과장된 연기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게 갈렸던 것. 수준 미달의 랩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탑은 "모든 호불호 평은 배우로서 당연히 받아야 하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치밀하게 디자인한 캐릭터였다. 시나리오 상에서도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하는 캐릭터였고, 비현실적이고 만화적으로 묘사됐던 캐릭터라 타노스라는 캐릭터가 절대 화려하거나 멋있는 래퍼가 아닌, 실패한 인생의 힙합 루저 캐릭터로 설정이 돼있어서 약물에 의존하는 캐릭터라 우스꽝스럽고 덜떨어져보이게 설정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랩의 가사에 대해 묻자 탑은 "랩은 시나리오에 있었다. 원래는 글자 수가 더 많았는데, 그 신 자체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생뚱맞고 엽기적인 신이다. 타노스라는 캐릭터는 정신 연령으로 따지면 짱구 수준의 랩을 하는데, 표현할 때 최대한 루저스러운 오그라드는 모습을 강조하고 싶어서 그렇게 표현했던 부분이 있다"면서 "저도 30대 후반인데, 제가 그 짱구 정신 연령의 랩을 하기가 저도 사실은 굉장히 민망했지만, 저조차도 오그라들었지만, 제가 맡은 역할이라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대마초 흡연을 한 전과가 있는 그가 '약빤'(마약에 취한) 래퍼를 연기한다는 것도 화제였다. 탑은 "그 장면(마약 투약)을 찍는 것 자체가 수 백 명의 스태프, 배우들 앞에서 해야 하는 것이라 저의 너무나도 부끄러운 과거와 직면해야 하는 순간이었어서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캐릭터적인 것을 깊게 연구했고, 타노스라는 캐릭터가 복용하는 약물은 워낙에 강력한 약물이라 캐릭터를 연구할 때에도 많은 자료를 찾아봤다. 그런 약물에 의존하면 치아 손상도 많이 돼있고, 약물이 없을 때에는 초조하고 극도의 불안감과 무기력함, ADHD 현상이 나타난다는 특징을 알게 됐다. 그래서 타노스가 게임장에 등장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가기 전까지, 약물을 투약하기 전과 후를 다르게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치아도 손상이 돼있고, 극도의 불안감과 초조함이 있고, 리듬감도 보통의 사람의 감정선과 다르고, 발음도 미국 남부의 힙합 랩 중에는 '린(마약)'이라는 약물이나 강력한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하는 랩이 있는데, 의도적으로 그렇게 랩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1년간 논란의 중심이 됐던 탑이었다. 본인 스스로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30대를 후회 속에 보냈다. 탑은 "지난 과오로 생겼던 일들로 하여금 많은 사람들에게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너무 커다란 상처와 실망을 드린 것도 사실이었고, (빅뱅) 멤버들에게 큰 피해를 끼쳐서 당시에는 20대 때 너무나 찬란한 영광을 누리기도 하고, 과분한 사랑도 받았지만, 저의 추락과 몰락의 과거 또한 제가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길이기에 정말 어둠의 시간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 당시에는 정말 많이 무너져있었고, 다시 일어설 힘이 없어서 모든 걸 다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던 중에 빅뱅 컴백을 기다리던 일부 팬들의 마음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고, 소통 창구가 SNS밖에 하나뿐이란 생각에 경솔하게, 판단력이 없이, 너무나 어리석게 그렇게 내뱉은 말(은퇴 선언)에 대해 지금도 너무 크게 반성하고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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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년간 탑에게 위안을 준 것은 음악이었다고. 탑은 앨범 작업을 틈틈이 해가며 팬들에게 다시 보답할 기회를 잡으려 노력했다. 탑은 "지난 7년간 사회생활을 단절한 채 집과 음악 작업실에서만 살다시피 했다. 그래서 어둠 속에서 음악 작업만 했고, 마이크 앞에 있을 때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었다. 제가 살기 위해 음악을 만들었던 것 같다. 어두운 마음과 쓰라린 고통의 심리를 (표현하는) 음악을 만들면서 시간을 보냈고, 꼭 팬분들께 들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저에게 30대는 잃어버린 시간이었고, 정말 뻐져리게 너무 큰 수치심과 스스로에 대한 자기 모멸감으로 반성의 시간을 겪었다. 음악으로서 치유받았고, 그래서 팬들께 들려드리고 싶다. 저의 40대를 상상해보면 그냥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으로서 누구보다 건실하게 살고 싶다. 저의 가장 큰 목표는 보다 안정적으로 살아보는 것"이라고 했다.
탑이 바라는 것은 안정된 삶. 그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포털 사이트에 제 나쁜 기사가 나지 않는 (삶을 원한다). 하루하루가 불안했고, 10년간 시끄러웠다"는 심경을 고백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