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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화양연화, 꽃처럼 아름다운 청춘 배우 김고은(33)이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어도 무덤에서 겁나 험한 것이 나와도 꺾이지 않는다. 당신이 한국 배우라서 너무 기쁜 1191만명의 마음이 모여 청룡영화상에서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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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2년 전 신인여우상을 수상했을 때와 이번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감정이 비슷했다. 달라진 건 그때보다 힐을 조금 더 잘 신게 됐다는 것 정도다. 신인여우상을 받았을 때는 높은 힐을 신는 게 너무 힘들더라. 그래서 시상식 내내 힐을 벗고 있다가 신인여우상 호명에 후다닥 힐을 신고 무대에 올라간 게 생각난다. 그때 내 모습을 본 선배들이 모두 웃었다. 이번엔 그때보다 힐을 잘 신게 됐고 편하게 청룡영화상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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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 번은 '파묘' 무대인사 중 '오늘 하루만 85만명이 들었다'라는 배급사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때 머리가 하얗게 되더라. 누적 관객수를 말하는 줄 알았는데 일일 관객수였다. '파묘'는 정말 하루씩 인증사진을 찍어 보냈던 기억이 있다. 오늘 700만 돌파 인증사진을 촬영했는데 다음 날 800만 돌파 인증사진을 요청하더라. '이게 무슨 일이야?' '나 무서워'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너무 좋은데 너무 무서운 느낌이랄까. 그러다 1000만 돌파까지 했다. 내 인생 첫 1000만 작품이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고은은 올해 여우주연상 수상에 앞서 '파묘'의 장재현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장면도 잊을 수 없는 명장면으로 남았다. 감독상 수상 당시 장 감독은 "존경하는 김고은, 당신이 한국 배우여서 너무 기쁘다"며 눈물을 쏟았고 이를 지켜보던 김고은도 눈시울을 적시며 감동의 무대를 완성했다.
김고은은 "장재현 감독님의 수상 소감을 듣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질 뻔했다. 정말 이 악물고 참았던 것 같다. 이미 상을 받을 때부터 장 감독님 눈에 눈물이 글썽이더라. 객석에 앉아 '또 울어?' '울보네 울보'라며 놀릴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게 '한국 배우라서 너무 기쁘다'라는 말을 해줬다. 배우가 듣을 수 있는 최고의 극찬 아닌가? 펑펑 울어버리면 주책일 것 같아 꾹 참았다. 살면서 그런 칭찬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감독님의 단어 선택이 거창하지 않아도 크게 오는 감동이 있었다. 감독님과 나는 서로 '존경하는 감독'이라며 장난을 많이 치고 서로 오글거려 한다. 그런 감독님이 나를 보며 우는데 나도 덩달아 울컥했다. 장 감독님의 수상 소감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앞으로 내 연기 인생에 엄청난 힘이 됐다. 내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때 나도 '장재현 감독님이 한국 감독이라 기뻐요'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 소감을 못 한 게 지금도 너무 아쉽고 슬프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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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은 "만장일치 심사표를 보고 정말 감동의 도가니탕이었다. 관객, 영화인들이 내겐 어른처럼 느껴졌는데 그들이 아직 부족한 나를 예쁘게 바라봐 준 느낌이 들더라. 심사평을 읽었을 때도 나의 성장을 다 같이 즐기고 기뻐해 주는 느낌이 강해 행복했다"며 "비교적 어린 나이에 데뷔해 늘 주변의 따뜻한 시선을 받으며 성장한 것 같다. 내가 잘 성장하고 좋은 길을 갈 수 있도록 인도해 준 암묵적인 응원 같았다. 올바르게 가야 한다는 생각을 늘 했고 지인들에게도 '만약 내가 잘 못 가고 있으면 꼭 이야기해달라' 말하고 있다. 모두의 응원을 받으며 꼭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난 연기가 정말 재미있다. 그런데 지치긴 지친다. 2021년 방영된 tvN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때부터 정말 한 번도 안 쉬고 연기했던 것 같다.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 열심히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수상 소감에서도 감사한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게 정말 내 진심이다. 매년 더 깊게 다짐하는 것 같다. 연기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거듭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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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은 "올해는 '파묘'도 있었고 '대도시의 사랑법'으로도 관객을 만났다. 이번 청룡영화상은 '파묘'의 화림으로 후보에 올라 참석하게 됐지만 시상식 내내 '파묘'도 '대도시의 사랑법'도 영상이 많이 나와 더 재미있게 즐긴 것 같다. 게다가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노상현도 신인남우상을 받지 않았나? 청룡영화상을 지켜보면서 '올해 참 알차게 잘 살았다' '열심히 살았네' 싶더라"며 "아무리 연기를 열심히 하고 노력을 해도 이러한 큰 무대에서 인정받기란 쉽지 않지 않나. 작품 자체로 인정받는 것도 쉽지 않은데 작품과 캐릭터 모두 청룡영화상에서 환영받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한 해다. 모두가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느낌이었다"고 곱씹었다.
이어 "한때는 스스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외면받았던 작품도 많아 속상하기도 하더라. 물론 신인이기도 했고 부족한 점도 많았다. 그래도 팔이 안으로 굽어 내가 참여한 작품은 다 자식처럼 귀하더라. 늘 마음 한 켠이 아픈 작품들이 있었는데 그 과정을 통해 책임 의식이 강해졌다. 실패를 통해 배웠고 확실히 조금씩이나마 성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번아웃을 이겨낸 김고은은 "올해를 기억하면서 힘든 부분을 다 이겨내고 있다. 이 기운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 나는 뭐든 거창하게 생각하는 걸 안 좋아하는 편이다. 상 받은 것도 너무 좋고 감사하지만 '올해 나에게 조금 더 좋은 해였나보다' 정도 생각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 한다. 이 상의 무게를 계속 안고 가면서 '다음 작품 잘 안되면 어쩌지' 걱정하거나 상을 받았다고 다 이룬 것 같은 착각에 빠지면 스스로가 너무 불행해질 것 같다. 힘들면 '안 되는 걸 어떡해' 하면서 한 번 울고 마는 거지, 그걸 계속 안고 가면서 나를 괴롭히면 내가 더 성장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올해는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 열심히 살았던 해다. 곱씹어보면 열심히 일했고 알찼고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해였다. 개봉한 작품도 두 편이 있었지만 그 사이에 열심히 차기작을 촬영하기도 했다. 사실 내겐 지난해가 인생에서 너무 힘든 한 해였다. 다만 힘들었던 감정을 작품에 올바르게 쓸 수 있는 한 해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 특별한 해인 것 같다"며 "청룡영화상도 마찬가지다. 내겐 꿈의 무대였던 청룡영화상은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꿈을 갖게 하는 무대다. 평생 같이 가고 싶고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