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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유연해지고 여유를 가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깊어졌다. 단순히 '한류 스타'로 멈출 청춘 스타가 아니다. 배우이자 남편, 아버지로서 흔들림 없이 두 발을 땅에 딛고 선 현빈(42)이 어지러운 세상에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지난 2023년 개봉한 영화 '교섭'(임순례 감독) 이후 1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한 현빈의 파격 변신이 단연 눈길을 끈다. 조국을 빼앗긴 시대를 살아가며 목숨을 건 작전에 나서야 하는 안중근 역할을 맡은 현빈은 안중근의 외로움과 결단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섬세한 감정 연기뿐 아니라, 하얼빈으로 향하며 펼쳐지는 다양한 액션까지 소화하며 안중근 그 자체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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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처음 초점을 맞춘 부분은 이 분이 독립 투사이지만 '과연 거사를 앞두고 인간으로서 두려움은 없었을까?'였다. 동지들과 균열이 발생했을 때 본인의 선택에 후회가 단 한 번도 없었을지, 또 미안함은 없었을지 이런 고민 속에서 안중근 장군의 연기를 시작한 것 같다. 영화를 보면 안중근이 안가 구석 어두운 곳에 쪼그려 앉아 있는 장면이 있다. 세트장 공간 안에 들어갔을 때 안중근의 감정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내가 아이디어를 낸 장면이다. 안중근 장군에 대한 부담감은 끝날 때까지 못 떨쳐냈다. 지금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는 "촬영하면서도 안중근 장군에 대해 남아있는 사료를 봤고, 그분이 결심을 하기까지 어떤 생각을 했을지 계속 상상하려 했다. 우 감독도 '하얼빈'에서 안중근 장군의 그런 모습을 담고 싶어했다. 생각하고 상상하며 만들어야 할 작업이었다. 지금도 안중근 장군의 마음을 잘 못 찾은 것 같다. 조금이라도 그 분의 생각에 가까이 가고 싶어 최대한 노력을 했지만 지금도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감히 내가 생각할 수 없는 범주의 인물인 것 같다. 예전에 최민식 선배가 '명량'(2014, 김한민 감독)을 촬영할 당시 '제발 꿈에 한번 나와서 힌트라도 주길 바랐다'고 했는데 나도 '하얼빈'을 촬영하면서 그런 마음이 컸다. 그런데 꿈에 절대 안 오시더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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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은 대표적인 '한류 스타'다. 특히 2019년 인기리에 방영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당시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일본에서도 공개되면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많은 일본 팬을 거느리고 있는 현빈에게 당연히 '하얼빈'은 큰 부담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빈은 "오히려 나보다 주변에서 더 우려가 많았다. 이 영화는 우리의 아픈 역사이지 않나? 잊으면 안 되는 기록이다. 나를 우리나라 배우로 자리잡게 만들어 준 나라이지 않나.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 그래서 '한류 스타'로서 고민은 단 1%도 없었다"며 "실제로 과거 일본에서 안중근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며 내게 안중근 역할로 출연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다"고 굳은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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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촬영 직전 아들을 출산한 아내 손예진에 대해 현빈은 "나도 '하얼빈'을 촬영하면서 많이 외로웠지만 그때 상황(출산 후 혼자 아이를 돌보며 지내야 했던 상황)에서 아내도 외로웠을 것이다. 아무래도 같은 배우이기 때문에 작품의 특성상 쉽지 않은 작품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 아내가 '고생했어' '수고했어'라는 말을 해줬는데 그게 나에게 굉장히 큰 힘이 됐다. 본인도 출산 후 힘들었을텐데 그렇게 표현해준 것 자체가 굉장히 고마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동안 현빈은 자신의 사생활 이야기를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배우였다. 손예진과 공개 열애를 할 때도, 결혼, 그리고 출산까지도 사생활이 언급되는 걸 극히 부담스러워 했지만 최근 그는 달라졌다. 현빈은 " 확실히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다 바뀐 것 같다. 사람은 변해야 한다. 내 사생활을 이야기 하는 게 지금도 물론 조심스럽다. 그래도 내 안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표현할 수 있다면 적정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자고 생각이 바뀌었다. 나이를 더 먹고 가정이 생기고 아이가 생기면서 또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게 보이는 것 같다"며 "아들에게 이 영화를 꼭 보여주고 싶다. 나중에 아이가 더 크면 '협상'도 보여주고 '사랑의 불시착'도 보여주려고 한다. 주로 엄마(손예진) 작품 위주로 보여줘야 할 거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이 작품을 준비하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 아들이 태어났다. 나중에 아들이 이 영화를 인지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꼭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네가 태어났을 때 아빠는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인물을 연기하고 만들고 있었어'라고. 이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 영화를 잘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안중근 장군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가족을 저버리고 나라를 위해서 안중근 장군처럼 할 수 있을까 싶다. 안중근 장군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도 어떤 상황이 오든 내 아이를 위해, 세상을 위해 더 나은 미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역할을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버지 현빈으로서 고충도 함께 털어놨다. 현빈은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나?'라는 질문은 내게 정말 어렵다. 지금은 평범한 아빠다. 다른 건 없다.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다.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지 아직 모르겠다. 때로는 어느 순간 내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엄하게 하려고 했던 부분도 있다. 그러다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기도 하다. 아직도 방향이 정리 안 된 아빠다. 끊임 없이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초보 아빠라 (하나씩 배우면서) 찾아가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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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은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그리고 이동욱 등이 출연했고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4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