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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치가 떨릴 정도로 소름 끼친 열연이었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한 마디에 전 국민의 심박수가 요동쳤다. 탐욕의 민낯을 제대로 까발린 배우 황정민(54)의 연기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객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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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요즘 금주 중이기도 했고 다들 바쁘기도 해서 시상식이 끝나고 '서울의 봄' 뒤풀이를 따로 하지 못했다. 물론 '서울의 봄' 촬영 때부터 개봉을 마무리하기까지 원 없이 뒤풀이했다. 예전에는 청룡영화상 끝나고 후보들 모두 모여서 뒤풀이를 할 때도 있었다. 안성기 선배를 필두로 부문, 수상 여부 상관없이 모두 모여 연말 송년회를 했다. 그때는 현빈이 막내였는데, 선·후배가 모두 모여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했던 기억도 나더라"고 곱씹었다.
누구도 이견 없었던 완벽한 청룡의 남우주연상이었던 황정민은 수상 소감도 특별했다. 수상 당시 "상 받으면 울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것 참 미치겠네"라며 눈시울을 적셨고 이내 "연기를 시작하는, 사랑하는, 배우로 활동하는 모든 분 다 주연상감이니까 열심히 끝까지 놓치지 말고 하셨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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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은 "지금까지 청룡영화상에서 세 번의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곱씹어보면 처음 남우주연상을 받았을 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내 인생의 첫 남우주연상이었고 '내가 자격이 되는 것일까?'라는 고민도 많았다. 한편으로는 '이제 나도 영화를 편하게 임할 수 있겠다'라는 든든함도 생겼다. 연기 검증을 받은 것 같았다. 그래서 내겐 첫 번째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이 가장 큰 의미가 됐다. 두 번째는 '신세계' 때였다. '신세계' 정청 역할이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 역시 너무 좋아했던 캐릭터였고 애정도 많았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범죄 장르 영화라는 허들이 있으니까 수상은 생각도 못 했다. 그래서 '신세계' 정청으로 청룡 남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스스로도 많이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세 번째는 '서울의 봄' 전두광이다. 솔직히 이번만큼은 꼭 상을 받고 싶었다. '서울의 봄'의 전두광을 선택했을 당시 깊은 고민이 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니었다. 이 역할을 선택했다가 정치적으로 공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두려움도 있었다. 그럼에도 용기를 냈다. 내가 용기를 가지고 '서울의 봄'을 선택했고 연기를 잘했을 때 꼭 한 번 인정을 받고, 포상을 받고 싶었다. 이번 청룡 남우주연상은 그런 바람과 맞물려 정말 큰 힘이 됐다. 조만간 청룡영화상 조연상도 꼭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그랜드 슬램 기록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해 보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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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서울의 봄'이었고 호평받은 전두광의 연기였지만 사실 '서울의 봄'을 선택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황정민은 "'서울의 봄'을 선택했을 때는 극장가 상황이 정말 좋지 않았다. 개봉하더라도 손익분기점을 못 맞추는 영화가 허다했다. 영화가 극장에서 나가떨어지는 시기였다. 우리 영화도 개봉 당시 걱정이 컸다. 손익분기점은 맞출 수 있을지 떨리기도 했고 괜한 오해로 영화의 진정성이 전달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말도 안 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1312만명이 '서울의 봄'을 봤다. 관객들이 우리의 에너지를 오롯이 정직하게 받아준 것이 생각나 수상 때 눈물이 나더라"고 고백했다.
내란 및 반란죄 수괴인 전두환을 모티브로 한 전두광 캐릭터를 연기하는 황정민의 고민도 컸다. 황정민은 "전두광은 어떤 배우보다 잘 해내고 싶었다. 그래서 관객이 '전두광' 하나만 생각해 주길 바랐다. 정치, 이념 등을 모두 내려두고 아무것도 생각 못 할 정도로 전두광이 몰입감을 주길 바랐다. 전두광의 실존 인물을 떠올리기보다는 내가 혀를 내두르게 연기를 잘해서 관객이 다른 부가적인 부분을 생각 못 했으면 싶었다. 첫 촬영에 임하기 전 계획을 세웠고 이게 안 된다면 '난 이 작품을 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까지 했다. 후회할 일 안 만들려고 노력했고 만약 후회할 것이라면 애초에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다행히 관객이 전두광 그 자체로 봐주는 것 같아 기뻤다. 관객이 날 보면서 화가 나 심박수가 많이 올랐다고 하던데, 정작 연기한 나는 심박수가 올라가는 순간은 없었다. '서울의 봄'에서 만큼은 전두광으로 살려고 했고 그런 이유로 반란군 팀에서도 스스로 고립하려고 했다. 그때만큼은 황정민을 버리고 전두광으로 산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불편하게 여기도록 만들려고 노력했다.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반역'이었는데 다행히 성공한 것 같다"고 재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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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