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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렷한 강점으로 승부한다!"
한국 게임산업은 코로나19라는 외부변수로 인한 부침을 겪으면서 새로운 방향성을 잡아가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넘어 콘솔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는 게임이 계속 등장하고 있고, 새로운 IP 혹은 다른 영역 콘텐츠의 IP를 게임으로 재탄생시키는 작품까지 IP의 확장성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게임사들이 물량 공세보다는 유저와 시장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수준급의 신작 출시로 전략을 바꾸게 되면서, 각자의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올해 게임대상의 경쟁작 가운데 어느 작품이 수상을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라 할 수 있다.
익숙함과의 결별
그만큼 한국 게임산업의 다양성이 높아지고, 자신감도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미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뛰어 넘어 글로벌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절실함과 필요성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경쟁작 가운데 넥슨게임즈의 '퍼스트 디센던트'와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렐루게임즈의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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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디센던트'는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글로벌에선 확실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루트슈터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만이 아닌 북미와 유럽 등 서구 시장에서 제대로 통하는 IP를 만들어 글로벌 톱티어 게임사로 인정받겠다는 넥슨의 원대한 전략이 담긴 사실상 첫 작품으로, 슈팅과 액션, RPG 등이 잘 어우러져 있는데다 10년 이상 장수하는 게임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발 인력을 충원하는 등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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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 블레이드'는 지난해 대상을 수상한 네오위즈의 'P의 거짓'에 이어 PS(플레이스테이션)나 X박스 등 서구권과 일본의 대세인 콘솔 플랫폼에서 한국 게임사가 AAA급 작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준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성공의 여신: 니케'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입증한 시프트업은 '스텔라 블레이드'로 확실한 개발력을 입증받으며 지난 7월 코스피 상장에도 성공, 국내 상장 게임사 중 시가총액 기준 4번째에 오를 정도로 급성장 했다. PS 전용 게임이라 판매량에선 한계가 있는 가운데, 다른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통해 본격적인 흥행 성과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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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추리게임이라는 확실한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완성도나 흥행성 면에선 아직 보완할 점이 많지만, GPT 기반 AI 캐릭터와 대화하며 게임을 진행하는 요소는 향후 게임사들의 개발 과정에서 참고할 좋은 사례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익숙함의 재해석
그동안 게임대상은 '독창성'에 대한 후한 평가를 하고 있기에, 기존 IP를 활용한 게임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아무리 히트 IP를 계승했다고 해도 게임으로 재탄생시켜 성공을 거둔 것은 또 다른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성공보다는 실패 사례가 훨씬 더 많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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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넷마블네오의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는 '나 혼자만 레벨업'이라는 인기 웹툰 IP를 활용했음에도, 원작의 인기에 단순히 의존한 것이 아닌 IP의 치밀한 재해석을 통한 '청출어람'의 본보기를 보여주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입증한 명작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넷마블이 주로 해외 IP를 게임으로 잘 이식시켜 국내외 시장에서 꽤 인기를 얻었음에도 상당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며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국내 IP에다 웹툰의 특성상 게임과 밸런스를 맞추기 힘들다는 한계를 뛰어넘어 두 장르의 완벽한 조화와 시너지 효과까지 내고 있다는 면에선 한국 게임사에 상당한 의미를 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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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엑스쓰리게임즈의 '로드나인'은 국내에선 여전한 영향력을 가진 MMORPG의 문법을 잘 계승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장르의 부정적인 요소인 많은 과금을 지양하고, 시간을 투자한 유저들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빛소프트의 '그라나도 에스파다M', 미어캣게임즈의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 오븐게임즈의 '쿠키런: 모험의 탑' 등은 큰 인기를 모은 원작 IP의 요소를 잘 계승해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새로운 재미를 주고 있지만, 원작을 뛰어넘는 차별 포인트가 다소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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