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연기 인생 21년 차를 맞은 배우 심은경(30)이 다시 신인의 자세로 돌아갔다.
특히 '더 킬러스'의 페르소나가 된 심은경은 다채로운 역할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작품 전체를 이끄는 동력으로 활약했다. 앞서 심은경은 '써니' '수상한 그녀'를 통해 흥행 배우로 거듭난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기자' '블루 아워' 등 작품을 선보이며 일본 연예계에 진출했다. 무엇보다 '신문기자'를 통해서는 제43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일본 열도는 물론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심은경은 2018년 개봉한 영화 '궁합'(홍창표 감독) 이후 '더 킬러스'로 6년 만에 한국 영화로 컴백, '더 킬러스' 안 '변신'(김종관 감독)에서는 미스터리한 바텐더, '업자들'(노덕 감독)에서는 의문의 피해자,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장항준 감독)에서는 타블로이드 잡지 모델, '무성영화'(이명세 감독)에서는 괴짜 웨이트리스를 연기하며 팔색조 열연을 펼쳤다.
|
함께한 감독, 배우들과도 최상의 케미를 자랑한 심은경은 "김종관 감독의 '변신'에서는 연우진과 호흡을 맞췄다. '궁합'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서로 변신을 도모한 것 같다. 솔직히 연우진이 이 영화를 다 살린 것 같다. 마지막에 눈빛이 변하면서 웃는 연우진의 표정에 많이 놀랐다. 내가 상상하지 못한 연기를 한 것 같다. 덩달아 나도 잘해야 한다는 자극을 받았다. 뱀파이어 캐릭터도 처음인데 욕심을 많이 냈던 캐릭터다. 평소 퇴폐적이고 위험한 역할을 해보고 싶었고 그래서 특히나 이 캐릭터에 욕심이 났던 것 같다. 촬영이 끝난 뒤에도 며칠 더 찍었으면 싶은 마음까지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덕 감독의 '업자들'이 실제 '더 킬러스'의 첫 번째 촬영, 즉 크랭크 인이었다. 정말 날씨가 더웠고 부담감이 많았던 상태였다. 연기적으로 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촬영은 2~3일이었지만 그 안에 캐릭터를 다 만들어야 했다. 장항준 감독의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 작품이 가장 편하게 촬영한 작품이었다. 장항준 감독과 전화 통화로 편안한 촬영을 이어 갔다'"며 "이명세 감독의 '무성영화'는 첫 대본을 받고 너무 경이로웠다. 당시 소속사 대표한테 '내가 드디어 예술을 하는 것 같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정말 이명세 감독을 존경했고 감히 이명세 감독이 나에게 제안을 줬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정작 대본을 받았을 때 이야기 자체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지금도 완벽하게 이해를 했다고는 할 수 없다"고 웃었다.
그는 "내가 '무성영화'에서 맡은 선샤인 캐릭터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명세 감독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이명세 감독은 먼 산을 바라보며 말을 하는 편인데 '이해를 할 필요는 없어' '언젠가 알게 돼'라고 하더라. '언제 알게 될까요? 촬영을 조만간 해야 하는데 지금 알아야 할 것 같다'라며 당혹스러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게 내겐 특히 어려운 작품이었던 '무성영화'는 리허설이 가장 큰 공헌을 했다. 리허설이 필수였던 촬영이었다. 일주일간 리허설을 했는데 매일 나갔다. 다들 대본 리딩하고 동선을 맞추고. 연기도 연습이란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20년 넘게 연기했지만 내가 간과한 부분이 있더라. 연기와 행동을 반복하니까 자연스럽게 내 것으로 체화가 됐다. 연기를 대하는 방식이 이 작품을 기반으로 달라진 것 같다. 전반적으로 '더 킬러스' 작품을 통해 기반이 달라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이어 "2018년쯤 일본 소속사와 계약이 체결되면서 타이밍에 맞게 일본 진출이 됐다. 나도 일본에서의 필모그래피나 성과는 예상을 전혀 못했다. 일본 활동을 통해 일본 영화의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고 다양하게 필모그래피를 쌓고 싶다는 바람으로 시작된 일이었다. 천천히 해 나간다는 생각으로 도전한 작품이었는데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일본 아카데미상에 참석할 때도 소속사 식구들과 '처음이자 마지막일텐데 일본 배우들 구경 간다는 생각으로 가자'며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을 또 언제 가보겠냐 싶기도 했고 그 시상식 자체를 경험해보자 갔는데 내 이름이 호명되니까 어안이 벙벙했다. 너무 놀라서 시상식 무대로 걸어 나갈 때 경련이 일어났다. 정말 예상 외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고 겸손하게 더 노력하면서 연기를 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당연히 일본 활동을 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환경도 다르고 현장을 적응해야 하는 것도 있었다. 원래도 연기 자체를 어려워하는 타입이다. 그런데 여기에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언어적인 부분이 내게 가장 큰 숙제가 됐다"며 "확실히 한국과 일본의 촬영 현장이 다르더라. 한국은 3~4개월간 촬영을 이어간다면 일본은 영화의 기획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가장 짧았던 것은 2주였다. 그게 지난 2020년 개봉한 하코타 유코 감독의 '블루 아워'다. '신문기자'도 약 20일 정도 촬영을 진행했다. 그때 연기 준비하면서 일본어도 같이 준비하고 벅찬 부분이 있었다. 번역본과 원대본을 읽으며 계속 연습했고 딱히 지름길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때 연기를 연습했던 순간들이 내 스스로 변화의 계기가 됐다. 어느 순간 내가 이런 자세를 놓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었다. '신문기자'를 준비하면서 잊고 있었던 연기 자세를 다시 떠올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
'더 킬러스'는 심은경, 연우진, 홍사빈, 지우, 이반석, 오연아, 장현성, 곽민규, 이재균, 고창석, 김금순 등이 출연했고 '조제' 김종관 감독·'연애의 온도' 노덕 감독·'리바운드' 장항준 감독·'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명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3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