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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그레이트 서클'(Great Circle)은 구(球) 위에서 그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원을 뜻한다. 지구를 기준으로 하면 북극과 남극을 지나는 경도선과 적도에 해당한다.
메리언과 해들리는 살아가는 시대와 공간은 달라도 모두 차별의 시선과 깊은 고독에 휩싸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절박한 외로움을 짜릿한 모험으로 바꾸고 싶다는 모호한 갈망을 품은 채, 단 한 번을 사는 인생에서 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는다.
메리언은 1920~1940년대에 남녀의 차별과 성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삶을 살고자 큰 희생과 대가를 치른 끝에 독립을 얻어내고, 해들리는 현대의 할리우드에서 극한의 경쟁과 대중의 무차별적 시선, 그에 따른 자기파괴적 행동에서 벗어나 지금과는 다른 존재 방식을 찾아 방황한다.
일인칭으로 서술되는 해들리의 이야기와 삼인칭으로 전개되는 메리언의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 평행선을 그리는 것 같지만, 메리언의 비행일지를 통해 두 주인공의 삶은 시공을 초월해 연결된다.
미국의 소설가 매기 십스테드는 1936년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뉴질랜드까지 단독비행에 성공한 여성 파일럿 진 배튼(1909~1982)의 동상을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에서 마주한 뒤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금주법 시대의 미국 서부에서부터 2차 세계대전 시기의 영국, 21세기의 할리우드, 남극, 북극, 뉴질랜드까지 광범위한 시대와 여러 대륙을 종횡무진 오가며 펼쳐지는 장대한 스케일과 시원시원한 서사가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소설이다.
제목 '그레이트 서클'은 지구 전체를 한 바퀴 도는 메리언의 비행과 관련이 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메리언의 삶이 한 세기를 빙 돌아 해들리의 연기를 통해 되살아나게 된 것과도 연결된다.
매기 십스테드는 자신의 세 번째 장편소설인 이 작품으로 2021년 영국 최고권위 문학상인 부커상의 최종후보에 올랐다.
문학동네. 민승남 옮김. 전 2권. 각 권 504·480쪽.
yongla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