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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튀긴 꽃, 박테리아, 콤부차…후각까지 자극하는 작가 아니카 이

기사입력 2024-09-18 08:29

9월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아니카 이 개인전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 간담회 참석자들이 튀긴 꽃을 사용한 '절단'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아니카 이 개인전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 간담회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2024.9.3 mjkang@yna.co.kr
아니카 이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 전시 전경[리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니카 이 작가가 9월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리움미술관 개인전…10년간 작업과 신작 소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한국계 미국 작가 아니카 이(53)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M2 전시장. 전시장에 들어서려면 검은색 커튼을 지나야 한다. 두꺼운 커튼을 들추고 입장하면 알 수 없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냄새 자극으로 감각이 민감해진 상태로 다시 커튼을 들추면 어두컴컴한 전시장이 관객을 맞는다.

생물과 기술, 감각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는 아니카 이의 작품 세계를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하는 첫 전시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에는 일반적인 미술 전시장에서는 보기 힘든 재료들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2014년작 '전기 고전파 Ⅳ'는 튀긴 꽃을 아크릴판 위에 배치한 작품이다. 그 옆에 놓인 '후기 고전파 XVIII'(2022) 역시 튀긴 꽃으로 만든 작품이지만 두 작품은 색이 다르다. 튀김옷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며 색이 변할 수밖에 없지만 색이 변하는 것 역시 작품의 한 요소가 된다. 튀김옷을 이용한 신작에서는 튀김꽃이 상하며 나는 시큼한 냄새가 이 작품의 창작자 중 하나가 미생물임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가 하면 '느낌은 기술이다'(2016)에는 콤부차 효모가 쓰였고 인간의 소화기관을 은유한 '공생적인 빵'(2014)에서는 실제 빵 반죽이 쓰여 작품 안에서 발효가 계속된다.

신작 '또 다른 너'에선 박테리아가 주인공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환영을 만들어내는 거울 작업 내부에서는 해파리와 산호 등 해양 생물에서 유래한 형광 단백질을 발현하도록 유전자 조작된 대장균이 자라며 계속 색이 변한다.

비(非) 인간 존재를 탐구하는 작가의 또 다른 소재는 기계다. 전시장 곳곳에 매달린 '방산충' 연작은 약 5억년 전 처음 등장한 단세포 동물성 플랑크톤에서 영감을 얻은 작업이다. 마치 숨을 쉬듯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빛이 깜박이고 광섬유로 만든 촉수가 조금씩 움직이는 작품은 실제 유기체 같은 느낌을 준다.

전시는 지난 10년간 작가의 전반적인 작업을 소개하는 동시에 신작으로 앞으로의 작업 방향도 함께 암시한다. 신작 영상 '산호 가지는 달빛을 길어 올린다'는 '작가의 사후에도 작업이 계속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작업으로, 지난 10년간 아니카 이 스튜디오가 만든 작업물을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만들었다. AI는 작가 스튜디오의 '디지털 쌍둥이'가 되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2022년 글래드스톤 갤러리 서울에서 처음 국내 개인전을 연 아니카 이는 다학제적, 미래적인 작업으로 주목받는 작가다. 2살 때 미국으로 이주한 작가는 40세였던 2011년에 첫 개인전을 열었지만 5년 만인 2016년 미국 솔로몬 R.구겐하임재단이 현대미술작가에게 주는 구겐하임미술관 휴고 보스상을 받았다. 2021년에는 영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인 테이트 모던의 터바인 홀에서 매년 한 명의 작품을 소개하는 '현대 커미션' 작가로 선정돼 전시했다. 2016년 광주비엔날레, 2019년 베네치아비엔날레 등에 참여했다.

zitron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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