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달달하고 말랑말랑한 로맨스에만 강할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특유의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누아르 장르도 역시였다. 인물의 세밀한 내면 연기는 물론, 긴장감을 선사하는 대사 리듬까지. 배우 김선호가
이와 관련 김선호는 신체적인 액션이 아닌 '내면 액션'으로 표현했다. "너무 죄송했던 부분이다. 앉아서만 신을 했고, 외부로 나가는 신은 짧았다. 제가 응원 가고 다른 신들 보면, 그 기분을 아는데 진짜 힘드시겠다고 했다. 그래도 그런 것은 있다. 결과가 나왔을 때, 액션의 뿌듯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때는 편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쉽기도 하고. 두 가지가 공존한다."
내면 액션이라는 점에서, 행동이 크지 않아 표현에 힘든 점도 많았다. "'어떻게 내면적으로 갈무리하고 표현해 낼 수 있지'라는 생각에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렇다고 멈출 수 없으니, 배우는 시도해야 한다. 겁이 나지만 늘 해야 하는 것 같다. 그럴 때엔 선배님과 감독님이 계신다는 것이 감사했다."
|
자신과 최 국장의 다른 점도 짚었다. "저도 늘 느끼지만, 배우가 타고난 게 있다고 느낀다. 외형적 모습이나 소리나 피지컬 부분이나 성향이 있으니 말이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제 안에서 최 국장을 잘하는 것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저도 대본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뭘까를 고민했다. 최대한 흐트러지거나 가벼워지지 않으려고 했다. 다른 상황에 판단하지 않고, 인지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연구했다. 누군가 옆에서 총을 쏜다는 것에 당연히 심적으로 실제 김선호라면 '어우' 했을 텐데, 눈길이나 손동작이나 최대한 누르고 미니멀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그래야 인물이 중심을 잡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대화하고, 인물을 구축해 나갔다."
|
이어 "감독님 요청은 아니었다. 크게 다이어트하라는 말씀은 없었다. 그런 것은 배우 몫이라 생각하시는 분이라, 네가 표현할 수 있으면 앵글에서 만나자고 하셨다. 처음에 살 뺀 모습을 보시고는 '살이 빠졌네?'라고 하시더라. 최 국장이 그런 것 같다고 하니 '그런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 설명했다. 피부 분장도 언급했다. 김선호는 "애초에 그런 것을 했다. 다크서클 뿌리고, 잡티를 만들고 했다. 수염도 찍고 그랬다. 거의 메이크업은 크게 안 했다"라고 덧붙였다.
|
'폭군'이 박훈정 감독의 '마녀'와 세계관이 연결된 것에는 "'마녀'라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하시더라. 다만 종족이 여러 개가 있고, 이번엔 또 다른 종족에 대한 연구라고 하셨다. 모든 게 다 연결돼서 '마블'처럼 되냐니까, '훈정 세계관'이라더라"고 했다. 다만 '귀공자'는 '훈정 세계관'에 포함되지 않는 분위기다. 김선호는 "'귀공자'는 거기에 없다더라. '귀공자'에는 그 세계관이 없다는 확답을 받았다. 서운하긴 했는데, 그게 또 아름다운 결말이라 생각한다"며 웃었다.
'귀공자'에 이어 '폭군'까지, 누아르 장르도 차근차근 섭렵하고 있는 김선호다. "세 번 기회만 있으면 더 잘하겠다는 생각을 예전에 했었다. 지금도 확실히 잘한다기보다는, 미흡하다 부족하다는 부분이 더 많이 보인다. 어떤 게 중요한지 알겠더라. 배우가 입 밖으로 말을 내뱉는 순간에, 그게 누아르 장르인 것 같다. '귀공자'도 그렇지만 '폭군'을 통해 누아르 장르에 대한 무게감을 느꼈다. 침묵의 연기도 앞으로 더 공부하고 발전하고 빌드업해야겠다."
|
마지막으로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선호는 "욕심이 처음부터 많았던 것 같다. 아마 연기를 타고 난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랬던 사람은 저처럼 하지 않은 것 같다. 저는 타고난 게 없어서, 연기 못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이런 것들이 지배적으로 커지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저를 멱살 잡고 배우로 설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강박적으로 자리 잡은 것인데, 실력이 있어야, 반드시 배우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어떻게 하면 늘지?'라는 것은 답이 없다. 어떻게 보면 예술인 것이고. 마음가짐 하나도 달라지는 게 연기라던데, 그래서 어려운 지점이 있다"고 고백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