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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이지현 기자] 故 배우 이선균의 죽음에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약 2,000명들의 문화예술인들의 호소가 모였다. 이들은 침통한 표정과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애써 누르며, 고인을 위해 용기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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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의성 배우, 봉준호 감독, 윤종신 가수 겸 작곡가, 이원태 감독이 성명서를 낭독했다. 먼저 김의성은 "한 명의 배우가 안타깝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 12월 19일 최초 보도 이후 정식 입건까지 2개월까지 보호장치 없이 미디어에 노출됐다. 간이 시약 검사부터 음성 판정까지 세 차례 경찰 출석하는 모습이 언론으로 생중계 됐다. 사건 관련 증거 능력 판단이 어려운 녹음 파일이 언론과 대중에게 공개됐다. 결국 그는 19시간의 세 번째 경찰 소환 이후 스스로의 생에 마침표를 찍는 참혹한 선택을 했다. 가혹한 인격 살인에 대한,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사당국에 요구한다"는 봉준호 감독은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까지 2개월 동안"이라고 말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이라는 말에 잠시 멈칫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일부 관계자들은 성명서 내용을 듣던 중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어 감정을 추스린 봉 감독은 "고인의 수사 내용이 최초 노출된 순간부터 2개월까지 경찰의 수사 보안에 한 치의 문제가 없었는지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한 적이 없었는지, 한 치의 의구심 없도록 결과를 공개하길 바란다"라면서, 고인의 출석 정보를 공개로 한 점, 고인이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지 않았던 점이 적법한 행위인지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윤종신은 "대중예술문화인이라는 이유로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것이 아닌가"라며 "보도 목적에 포함한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하길 바란다. 대중문화예술인을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스로, 황색 언론, 사이버렉카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는가"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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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인전'을 연출한 이원태 감독은 '이선균 방지법'에 대해 "정부 및 국회는 이번 사건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형사사건 공개 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 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하고 법령의 재개정 작업에 착수해 필요한 법령(이선균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수사당국이 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 이선균은 지난해 10월부터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가 지난달 27일 성북구의 한 공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간이 시약검사(소변)와 1·2차 정밀 검사에서 마약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수사 과정에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 사망 전날에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의 마약 혐의와 관련성이 적은 사생활 폭로 식 언론 보도와 경찰의 공개 소환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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