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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분량은 중요하지 않다. 신을 훔치고 나아가 관객의 마음마저 훔친 국가대표급 신 스틸러들이 청룡영화상 무대로 총집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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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은 물론 비주얼, 그리고 미친 존재감까지 빠짐없이 다 갖춘 완벽한 신 스틸러의 등판이었다. 이보다 완벽할 수 없었던 박정민, 송중기, 오정세, 이준혁, 조인성이 올해 스크린 조연 판도를 제대로 흔들었다.
데뷔 15년 만에 가장 파격적인 변주로 팬들과 관객을 깜짝 놀라게 만든 '화란'의 송중기 역시 올해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필모그래피 첫 정통 누아르 장르에 도전한 송중기는 '화란'에서 냉혹한 현실을 사는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으로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기존의 세련되고 부드러운 모습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서늘하고 날 선 변신에 나선 송중기의 '화란'. 특히 송중기는 '화란'의 시나리오에 매료돼 노 개런티 출연을 자처, 위기의 영화계에 귀감이 되는 행보로 많은 관심을 끌어모았다.
'천의 얼굴' 그 자체인 오정세도 올해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후보로 막강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동안 오정세는 1600만 관객을 동원한 '극한직업' 의 테드창, 미워할 수 없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노규태, 자폐 스펙트럼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해준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문상태, 귀신 보는 '악귀'의 민속학 교수 염해상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바, 이번엔 '거미집'을 통해 만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당대 최고의 바람둥이 톱스타 강호세로 변신해 관객을 배꼽잡게 만들었다. 예상치 못한 순간 치명적인 코미디를 적재적소 던진 오정세는 맛깔나는 열연의 진수를 펼치며 '거미집'의 한 축을 완성했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유일한, 또 최고의 1000만 기록을 보유한 '범죄도시3'의 흥행을 이끈 빌런 이준혁 역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노린다. '범죄도시'의 윤계상, '범죄도시2'의 손석구에 이어 시리즈의 3대 빌런으로 등극한 이준혁은 거대 마약 사건의 배후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인물 주성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kg 증량과 보이스 트레이닝으로 단련된 새로운 목소리로 파격적인 외적 변화를 선보임은 물론 광기 어린 눈빛으로 관객을 압도하며 섬뜩함을 자아냈다. 마석도(마동석)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대항하는 역대 최강 빌런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이준혁이 올해 인생 첫 번째 청룡영화상 트로피를 가져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등장부터 퇴장까지 짧지만 강렬했다. 극 전반 공기의 흐름까지 바꿔버린 '밀수'의 조인성이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에 도전한다. '밀수'에서 사업가적인 면모와 악독한 기질로 밀수판을 접수한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로 변신한 조인성은 올여름 극장가 514만명의 관객을 사로잡으며 티켓파워를 과시했다. 그동안 장르와 캐릭터를 불문하고 남다른 연기 내공으로 매 작품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충무로 베테랑 조인성. 존재만으로 느껴지는 남다른 아우라로 극의 긴장을 한껏 높인 것은 물론 짧은 분량임에도 극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화한 액션 연기로 올해 스크린을 뜨겁게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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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면 깔수록 새로운 양파 같은 매력의 배우들이다. 끊임없이 재발견되는 김선영, 이윤지, 전여빈, 정수정, 한선화가 올해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으로 격돌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부터 '세자매' '일타스캔들' 등 개성 충만한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매 작품 현실적이면서도 공감가는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긴 김선영. 2021년 열린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 '세자매'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김선영이 2년 만인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통해 다시 한번 여우조연상을 정조준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황궁 아파트의 부녀회장 금애로 변신한 김선영. 위기 상황에서 아파트와 주민을 위해 앞장서는 동시에 그 누구보다 자신의 이익이 우선인 양면적인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 호평을 얻은 그가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두 번째 여우조연상을 가져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데뷔 20년 만에 첫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문을 두드린 이윤지도 화제의 중심이다. 그간 드라마 '더킹 투하츠' '왕가네 식구들' '닥터 프로스트' 등 안방극장을 통해 연기 구력을 다진 이윤지는 다양한 작품에서 장르와 시대를 불문하고 섬세한 연기력을 선보여 왔다. 특히 남편의 목숨값으로 장만한 아파트를 지키려는 두 여자의 고군분투를 담은 독립영화 '드림팰리스'에서 남편을 잃고 어린 남매를 키우며 회사를 상대로 시위를 이어가는 수인을 연기한 이윤지는 올해 스크린에서 재발견된 배우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 오랜 시위로 아이들에게 부채감을 느끼는 엄마 역할을 완벽히 소화, 특유의 호소력 짙은 표현력으로 스크린 속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8년 영화 '죄 많은 소녀'에서 괴물 같은 열연으로 충무로 블루칩에 등극한 전여빈은 이후 '낙원의 밤' '빈센조' '글리치' 등 장르와 캐릭터를 불문하는 파격 변신을 이어가며 깊은 연기 내공을 쌓고 있다. 올해는 추석에 선보인 '거미집'으로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다시금 명품 연기력을 입증받았다. 전여빈은 극 중 재촬영을 밀어붙이는 신성필림 후계자이자 재정담당을 맡은 신미도로 변신했다. 상황과 무관하게 어떤 장애물도 뚫고 가는 미도로 스토리 전반의 텐션을 밀어붙인 전여빈.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직진하는 캐릭터 그 자체로 변신해 '거미집'의 예측불허 스토리에 힘을 보탰다.
전여빈에 이어 '거미집'의 또 다른 키플레이어를 담당한 정수정도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치열한 집안싸움을 예고했다. '거미집'의 영화 속 영화 '거미집'에서 젊은 여공을 연기한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으로 변신한 정수정. 하루면 된다는 김감독(송강호)의 조감독(김동영) 거짓말에 속아서 왔다가,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철부지 여배우로 등판한 정수정은 특유의 냉미녀(세련되고 도도한 분위기의 미녀) 매력과 동시에 현실 속 스캔들에서 혼란에 빠지는 웃픈 모습으로 '거미집' 속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러블리의 의인화 한선화 또한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후보로 떠오르며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한 한선화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면서 밝은 매력을 지닌 인물을 완벽히 소화해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무엇보다 올해는 '달짝지근해: 7510'에서 코믹한 감초 연기로 스크린을 빛내 눈길을 끈다. '달짝지근해: 7510'에서 일영(김희선), 석호(차인표) 모두와 하나씩 연결 고리가 있는 요주의 인물 은숙으로 변신한 한선화는 무엇이든 과몰입에 빠지는 것은 물론 예측 불가능한 브레이크 없는 모습으로 주변을 긴장하게 만드는 독특한 매력을 선사해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