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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희는 마지막 순간까지 '재벌 3세'라는 연인 전청조를 믿었다.
국내 유력 재벌 A회장의 혼외자 아들, 재벌 3세임을 주장하며 초호화 오피스텔에서 돈을 물쓰듯 쓰던 '96년생 재력가' 전씨는 남현희를 향해 A회장이 아버지이며, 자신은 A회장의 혼외자로 미국 시민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A회장의 아내는 '이사님'으로 호칭했고, 아버지와 통화하는 모습도 수시로 보여줬다. 그러던 지난 8월 25일 'A회장' 이름으로 남현희에게 카톡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반가워요, 저는 청조 아버지 되는 사람 전**이요. 아들 녀석이 연락이 안되더군요. 회사 일로 연락해야 하는데 아들이 부재중이니 급하게 연락드리네요. 아들을 깨워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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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회장과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말투가 좀 어색하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이날 전씨의 휴대폰 카톡 메시지에서 'A회장' 사칭 메시지를 발견한 남현희는 아연실색했다. 남현희에게 재벌3세임을 믿게 하려 전씨가 보낸 문자, 모두 자작극이었다. 결정적 증거를 발견한 남현희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날 밤 전씨는 남현희 자택으로 찾아와 문을 두드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스토킹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후 풀려났다. 남현희는 "새벽에 집앞에 찾아와 초인종을 누르며 '계속 10분만 만나게 해달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너무 무서웠다. 엉엉 울면서 소리를 지르는데 못듣겠더라. 경찰의 안내대로 전화를 차단했더니 가족에게 여기저기 전화가 오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남현희는 "아무 생각이 없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이런 일을 만드는지"라며 눈물을 쏟았다. "믿고 싶었고 믿으려고 했던 것같다. 악마인데 악마가 아니길 바랐던 것같다. 그리고 잘못된 길로 가는 걸 말해줘야할 것같았는데 그게 안보였다.잘못된 게 뭔지 안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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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며느리 되는 게) 자신이 없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운동선수 생활을 시작하며 성공의 길을 가기 위한 계획에 매진해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고 현 상황은 펜싱이라는 종목을 통해 받은 사랑을 후배들에게 베풀고 펜싱 종목 활성화에 힘이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게 제가 운동선수 생활 동안 국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다시금 전해드리는 도리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활동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살아왔던 그 뿌듯함을 유지하는 버릇이 생겼기에 고민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현 제 상황에 호화로운 생활의 환경이 너무나도 감사하지만 그렇게 살아보지 않았던 저이기에 청조를 만나는 동안 그 환경적 부분을 탐하고 지내지는 않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좋아하게 되었고 사랑하게 된 부분은 맞습니다. 서로를 위해 행복한 삶을 잘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배워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기회를 주시는 만큼 노력을 통해 집안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남들이 생각하는 남현희 이미지는 그대로 늘 한결같은 사람으로 변하지 않게 지내려 합니다.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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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결혼 관련 인터뷰 당시 남현희는 "전대표님은 어리지만 이미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다. 농담으로 '인생 3회차'같다는 이야기도 한다. IT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없고, 정보력도 대단하다. 결정적으로 반한 건 사람을 움직일 줄 안다는 점이다. 당당하게 요구할 줄 알고, 사람들이 저절로 따르게 하는 힘이 있다. 아카데미 학부모, 코치들도 좋아한다. 저희 가족은 물론 지도자, 학생, 학부모와 소통하면서 심적으로 경제적으로 진심을 다해 도와줬다. 나를 도와주고 내 부족함을 메워주는 사람"이라고 했었다.
무엇보다 인생의 모든 것으로 생각했던 펜싱아카데미, 남현희가 '100년 가는 아카데미'로 펜싱 저변확대, 후배 양성, 지도자 일자리 창출을 꿈꿨던 그곳은 전씨가 나타난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갑자기 나타난 전씨가 해결사를 자청했고, 남현희는 자신의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그를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사랑에 빠졌지만 결국 모든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전씨는 모든 면에서 남현희를 통제했고, 지배했고, 남현희의 주변, 지인까지 장악해나갔다.
전씨는 남현희가 사건의 전말을 깨우치게 된 후에도 결백을 주장했다. 남현희의 "왜 그랬어?"라는 질문에 "내가 그런 거 아니잖아"라며 발뺌했다고 했다. 남현희가 그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이랬다. "너 성격도 좋고 매력도 있고 마력도 있고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왜 그렇게 사니? 예쁨 받으며 살 수 있는데."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