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몇 년 방송가에서 '부캐'가 유행한 가운데, 최근에는 다시 '본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특히 장안의 화제작 '더 글로리'와 '마당이 있는 집'에서 배우 임지연의 열연이 돋보여, 근본적으로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작품도 워낙 화제를 모았고, 임지연에게도 '인생 캐릭터'였다는 말이 뒤따르지만,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임지연은 반짝 열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곧바로 입증했다. 현재 방송 중인 '마당이 있는 집'에서 가정 폭력 피해자 추상은으로 갈아입고, '더 글로리'의 학교폭력 가해자 박연진을 완전히 지운 것이다.
특히 '마당이 있는 집'의 시청률 상승세 요인으로 임지연의 폭발적인 열연이 꼽히고 있다. 남편(최재림)으로부터 탈출하고자 끝내 남편을 살해하고, 자신의 범행을 숨긴 채 남편과 협박관계에 있던 박재호(김성오)를 범인으로 몰며 금전을 요구하는 아슬아슬한 행보를 보이는데, 이러한 큰 감정의 폭을 자신의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유감없이 뽐내기 때문이다.
|
여기에는 단순히 맛있게 먹는 것을 넘어, 캐릭터의 서사와 디테일한 감정선을 녹이려는 임지연의 노력이 있었다. 실제로 임지연은 "남편이 죽기 전까지 상은은 식욕이라곤 없고 먹는 즐거움조차 몰랐던 여자다. 그런 여자의 공허함과 해방감에서 오는 거짓된 식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레전드급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 밀리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더 글로리'에서는 송혜교와, '마당이 있는 집'에서는 김태희와 마주한 임지연은 이들과의 '케미'는 물론, 연기력에서도 팽팽함을 자랑했다. 특히 이들보다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영화 '리볼버'에서는 전도연과 만나,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레전드급 여배우 컬렉터'가 된 그에 대해 본인 자체로 '1티어 여배우'로 봐도 된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업계에서도 임지연의 연기력에 감탄, 수많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에 임지연은 다음 달 방송 예정인 SBS 드라마 '국민사형투표'에 출연 예정이며, 사극 드라마 '옥씨부인전'도 출연을 제안받고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한때 있었던 연기력 논란은 이제 전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인간중독', '간신', '타짜: 원아이드 잭'에서 연기보다는 노출로 더 관심을 얻었던 그가 이제 오로지 '연기' 하나만으로 각광받고 있다. 임지연이 스스로 '배우 본업의 중요성'을 증명했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로 떠오른 임지연이 또 어떤 소름 끼치는 연기로 대중의 환호를 부를지 기대를 모은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