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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이제 각 가요 기획사들을 대표하는 얼굴은 '보이그룹'이 아닌 '걸그룹'인 분위기다. 대중적인 인지도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수익성이 뛰어나 '진정한 간판'으로 통하는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걸그룹의 음반 파워가 커졌다는 점이다. 최근 컴백한 걸그룹 네 팀이 모두 초동 밀리언셀러를 기록, 놀라움을 샀기 때문이다. 컴백순으로 보자면, 아이브는 첫 번째 정규 앨범 'I've IVE'로 초동 110만 장, 르세라핌은 첫 번째 정규 앨범 '언포기븐'으로 초동 125만 장, 에스파는 세 번째 미니앨범 '마이월드'로 초동 169만 장, (여자)아이들은 여섯 번째 미니앨범 '아이 필'로 초동 116만 장을 돌파(이하 한터차트 기준)했다.
특히 전작 '걸스'로 초동 112만 장을 넘기며 걸그룹의 밀리언셀러 시대를 연 에스파는 이번 신보 발매 2주 만에 201만 장을 판매, 더블 밀리언셀러가 됐다. 지난해 9월 정규 2집 '본 핑크'로 앨범 판매량 200만 장을 넘긴 블랙핑크에 이어 에스파까지, 걸그룹도 이제 밀리언셀러를 넘어 더블 밀리언셀러를 넘보는 앨범 판매력을 갖춘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음원 시장에서는 걸그룹이, 음반 시장에서는 보이그룹이 강세였다. 이에 걸그룹은 대중성, 보이그룹은 팬덤이라는 공식도 뒤따른 바다. 무엇보다 음원보다는 음반이 수익성이 높아, 업계에서는 '걸그룹은 돈이 안 된다'는 말이 있었다. 일각에서 웬만한 2군 보이그룹이 1군 걸그룹보다 매출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그러나 최근 걸그룹들이 기존 대중성에 팬덤까지 잡으면서, 매출 실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걸그룹이 이제는 '믿고 듣는 음원퀸'뿐만 아니라, '믿고 사는 음반퀸'으로도 등극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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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가요 기획사의 매출 및 영업 이익에 소속 걸그룹의 지분이 상당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에 14회의 월드투어를 진행한 블랙핑크의 활약으로 YG엔터테인먼트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8% 상승한 1575억원, 영업이익은 497% 뛴 365억 원으로 집계된 바다. JYP엔터테인먼트도 1분기 앨범 누적 판매량 178만 장으로, 소속 아티스트 중 가장 많은 앨범을 판 트와이스를 업고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냈다. 무엇보다 미국 스타디움을 포함한 트와이스의 월드투어 진행으로, 콘서트 매출이 67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105.7% 성장을 보였다.
한 가요 관계자는 "대부분 회사에서 걸그룹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보이그룹 경우는 소위 대박이 날 때까지 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리는 편인데, 인기 걸그룹을 보면 자리 잡는데 시간이 금방이다. 요즘에는 대부분 유튜브 콘텐츠로 글로벌 팬들이나 대중에게 어필하는데, 걸그룹은 이러한 콘텐츠로 대중성 보장이 용이하다. 음원의 경우에도 보이그룹은 퍼포먼스형이라면 걸그룹은 이지리스닝 곡이 많아, 음악을 알리는 데 수월한 편이다. 그런데 지금 인기 걸그룹은 대중성에서 그치지 않고 코어 팬덤까지 확보한다. 예전에는 걸그룹은 높은 인지도로 광고 수익이 제일 높게 잡혔지만, 이제는 광고에 플러스로 음반, 콘서트, MD 등 수익성도 확인됐다. 아무래도 대중성을 잡으면 잠재적 코어 팬덤에 대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요즘은 구매력이 뛰어난 '여덕(걸그룹을 좋아하는 여자 팬들)'이 많아, 대중성부터 시작해 이들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음반 판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팀들도 '여덕'이 많은 걸그룹이다"고 분석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