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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옛말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다. 그런데 땅을 사도, 자가 마련에 성공해도, 심지어 주연으로 신분 상승하더라도 배가 아프지 않은 사람이 있다. 19년간 고집스럽게 한 우물만 판 배우 진선규(46)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고진감래의 아이콘이자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상징인 그가 링 위에 홀로 올라 온전히 스텝을 밟는 화려한 주인공으로 빛을 냈다.
휴먼 영화 '카운트'(권혁재 감독, 필름케이 제작)에서 금메달리스트 출신 마이웨이 선생 박시헌을 연기한 진선규. 그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카운트'의 출연 과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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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첫 주연이 내겐 첫 경험이었다. 나는 어떤 구성원에 있든 첫 번째가 되는 게 무섭고 잘 못한다. 주연들이 멋있게 끌고 가면 나는 그 안에서 좋은 구성원이 되는 것을 편안해하고 그 팀을 다 같이 이끌 수 있는 역할이고 싶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큰 리더로서는 부족하지 않았나 느꼈다"고 답했다.
'범죄도시' 이후 승승장구 흥행 꽃길을 걷고 있는 진선규. 갑작스러운 유명세에 걱정이 앞서는 마음도 큰 그는 "솔직하게 나와 어울리지 않게 너무 짧고 빠른 것 같다. '범죄도시' 이후 성장이라기보다는 다른 곳에 있는 나를 꺼내준 것 같다. 변화, 변신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너무 급하게 올라와 있고 주연을 맡은 순간까지도 너무 짧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담감을 느끼는 것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다. 단역에서 갑자기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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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드라마가 방영된 다음 날 아내에 대한 반응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많이 놀랐다. 집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지 않나? 물론 나도 '범죄도시' 때 위성락의 모습을 집에서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아내가 드라마에서 누군가 때리는 모습을 보게 돼 정말 놀랐다. 무엇보다 나를 통한 기사가 아닌 배우로서 기사가 나오니까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범죄도시' 때 아내가 나를 보며 느꼈던 순간이 이런 순간인가 싶었다. 너무 좋고 너무 행복한데 너무 이상한 묘한 느낌이었다. '작은 아씨들'은 아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다시 시작하는 발판이 됐고 지금은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이 되는 과정을 하고 있다. 아내가 현장에 갔다 오면 생기가 돌고 현장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워하는 걸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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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 ENM, 엘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