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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안갯속으로 걸어가지만 두렵지는 않다."
게임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매출과 이용자가 급증하며 수혜를 입은 대표 주자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하고,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많은 대형 게임사도 역성장을 받아들여야 하는 어려운 시기다. 이에 더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까지 내몰린 중소 게임사도 적지 않다.
이런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블록체인, NFT, P2E, 메타버스 플랫폼, AI(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접목하려는 적극적인 시도가 있지만 몇몇 사례를 제외하곤 여전히 그 지속성과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갖기 힘들기에 선뜻 앞서 나가기 힘든 상황이다. 더군다나 인력과 기술력, 투자 여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소 회사들에겐 더욱 그렇다. 설립된지 1년을 갓 넘은 신생 게임사 루다게임즈가 이미 전세계적으로 검증된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 주목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출시된 '로블록스'는 이미 지난 2021년 기준 전세계 누적 7억 4000만 다운로드와 연간 2조원이 넘는 매출에 170만명 이상의 크리에이터가 활동하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이다. 자체적으로 제공되는 제작 툴을 활용, 간단하게는 의상과 액세서리, 리소스 등 직접 제작한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개발사들은 게임 전용 화폐와 입장료, 아이템, 게임 패스 등까지 개발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최근 만난 정재훈 루다게임즈 대표는 "대부분 레고 블럭과 같은 모양의 캐릭터가 등장, 어린이나 청소년용의 캐주얼게임만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대부분 장르의 게임이 올라와 있으며, 하이엔드급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준급 콘텐츠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도 직접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손쉬운 개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지만, 수익을 내는 크리에이터는 전체 0.67%에 불과하고 특히 1억 이상의 수익을 낸 개발팀은 전세계 600여개에 불과하는 등 다른 플랫폼에 비해 아직 초창기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장목환 루다게임즈 공동 창업자 겸 고문은 "국내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해 얘기만할 뿐, 아직 이를 활용한 본격적인 메타버스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가 거의 없다. 마치 안갯속을 걸어들어가는 느낌이지만, 그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과감히 뛰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유수의 게임 개발사와 게임 서비스 운영 및 품질관리 전문사를 경험하거나 창업하고 운영하며 업계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던 정 대표와 장 고문이 베테랑 개발자들을 적극 설득, 사실상 국내의 첫 메타버스 전문 개발사로 출발한 이유이기도 하다.
'로블록스'가 글로벌 플랫폼이기에 영어가 가능하면서도 국내에 비해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필리핀 현지 인력을 개발에 투입하고, 국내에선 개발을 제외한 전체적인 매니징을 전담하는 것도 글로벌 협업을 충분히 활용하며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루다게임즈의 선도적인 운영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정 대표는 "다양한 미니게임을 결합한 '루다 랜드', 그리고 전세계 어린이들의 웃음 치트키라 할 수 있는 '똥'(Poo·푸)이란 테마를 활용한 '푸 유니버스' 구축 등 다양한 자체 IP 게임을 개발하고 선보이고 있다. 주 사용층인 10대에 접어든 아들, 딸과 조카들의 피드백이 가장 냉정하다"고 웃으며 "아이들과 가족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재밌는 게임을 계속 만들겠다"고 말했다.
루다게임즈는 '로블록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즐기는 게임 개발 및 서비스를 기반으로 향후 새로운 메타버스 게임 개발자 양성 및 수익을 다각화 하고 현재에도 참여하고 있는 VR과 AR 기반 콘텐츠를 더욱 확장하며 궁극적으로 독립 플랫폼과 콘텐츠까지 만드는 등 종합 메타버스 회사로의 야심찬 계획도 가지고 있다. 장 고문은 "제작 툴과 플랫폼이 더욱 발전되고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고도화 된다면 더 이상 복잡하고 어려운 코딩을 하거나, 서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인력이 필요 없어지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며 "'로블록스'에는 그동안 상상하기 힘든 아이디어로 무장한 게임이 넘쳐나는 것을 보면서 게임 개발의 본질적인 고민을 다시 하게 됐다. 결국 향후 게임 개발이 창의력이 발현되는 인재로 키워나가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 믿고 메타버스 전문 콘텐츠 회사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