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수목드라마 '굿잡'(김정애 권희경 극본, 강민구 김성진 연출)은 재벌과 탐정 이중생활을 오가는 초재벌 탐정 은선우(정일우)와 푸어우먼 돈세라(권유리)가 만나 펼치는 로맨틱 탐정 수사를 그린 작품으로, 정일우와 권유리가 2020년 작품인 MBN '보쌈'의 성공 이후 곧바로 재회한 작품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특히 두 사람의 더 깊어진 로맨스가 '보쌈'에 이은 '환생 커플'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고, 이에 힘입어 ENA 채널에서 시청률이 3.2%(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를 넘을 정도로 주목받았다.
'굿잡'은 치열하게 촬영한 작품이다. 1년여간 준비부터 촬영까지 쉽지 않은 순간의 연속. "꼬박 1년을 준비와 촬영을 하며 배우로서 느낀 게 많았던 작품인 것 같다"던 정일우는 지난해 10월부터 촬영을 진행하며 부상에 코로나19까지 다양한 일을 거쳐야 했다고. 정일우는 "체감으로는 30부작을 한 것 같다. 촬영을 하다가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발목 인대가 다 끊어져 아예 못 걸어 촬영이 3주간 중단됐고, 촬영 직전에는 코로나19에 걸려 2주를 쉬며 딜레이가 됐다. 진작에 끝났어야 했지만, 불과 4일 전에 마무리가 됐다"고 밝히며 그동안의 촬영을 돌아봤다.
촬영 자체로도 쉽지 않았지만, 탐정 역할을 위한 수많은 변장들도 정일우를 어렵게 했다고. 시청자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던 노인, 신혼부부, 청소부 등 다양한 분장들이 재미를 더했다. 정일우는 "저희 드라마 에피소드가 다양해지면서 고민도 많았고, 아이디어도 많이 냈다. '미션임파서블'에서 톰 크루즈가 노인 분장을 벗던 장면들도 제안을 드렸고, 카지노에서는 미국 스타일로 해보자고 수염도 붙이고 가발도 썼다. 매회 변장에 있어서 저도 그렇고 배우들도 아이디어를 내면서 재미있게 만들어낸 것 같다. 예전엔 대본을 가지고 연기만 했다면, 이번에는 서로가 작품을 만들어가는 느낌이 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진=9아토엔터테인먼트, 제이원인터네셔널컴퍼니 제공
'굿잡'은 17.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화를 만들어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후속작이었다는 점 때문에 부담이 되기도 했을 터. 그러나 이 부담을 이겨내며 3%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정일우는 "이제는 채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며 "제가 '보쌈'이라는 작품을 했을 때도 주위에서 'MBN 드라마를 거의 안 본다'고 걱정을 하셨는데, 10% 가까이 시청률이 나왔다. 입소문만 타면 어디서 방송을 하든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서 시대가 바뀐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저는 3%만 넘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작이 아무리 잘 나와도 이어받지는 못하잖나. 제로(0)에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했는데, 3%도 넘고 수목극 1위도 했어서 너무 만족한다"고 밝혔다.
특히 '굿잡'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소녀시대 권유리와 정일우의 '초고속 재회'가 이뤄진 작품이기 때문. 전작인 '보쌈'에서 만난 뒤 곧바로 차기작에서 재회하는 이례적인 케미스트리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정일우는 "처음에 감독님이 유리 씨를 추천하셨을 때 유리도 마찬가지였단다. 전작이 잘됐기 때문에 걱정도 했다. 저도 유리 씨를 만났을 때 '세라 캐릭터가 굉장히 좋다'고 했었다. 어쨌든 그런 초시력, 초능력을 가진 캐릭터가 흔하지 않고, 권유리 씨가 평상시에 가진 매력이 이 캐릭터에 충분히 담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는 대본을 읽고 선우보다 돈세라의 매력이 많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에서 유리 씨에게 '이 캐릭터는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적극적으로 얘기했다. 너무나 잘 소화해줘서 고맙고 수고했다고 하고 싶다"고 했다.
두 번째 호흡인 만큼 로맨스 연기에서도 더 편하게 다가왔다고. 덕분에 '환생 커플'이라는 수식어까지 거머쥐었다. 정일우는 "'보쌈'에선 저희가 키스신이 없었다. 그랬기에 감독님도 '빨리 키스신이 나와야 한다'고 하셨었는데, 저희가 키스신을 아름답고 예쁘게 찍으려고 현장에서 준비를 많이 했다. 여러 동선을 봤고, 책상에 앉았다가 무릎에 앉는 장면도 만들어봤다. 무릎에 앉는 것은 감독님의 아이디어였는데 예쁘게 담긴 것 같아서 만족한다. 유리도 리드를 잘 해주더라. '오빠 이럴 때 손을 잡아줘야해. 끌고 가줘야해'이러면서. 권유리 배우는 굉장히 긍정적이고, 현장에서 연기할 때 있어서 자세가 적극적이다. 아이디어도 많고 의욕도 있고, 욕심도 있어서 그런 부분들에서 좋은 연기합을 보여드린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사진=9아토엔터테인먼트, 제이원인터네셔널컴퍼니 제공
매번 같은 작품이 아닌, 캐릭터 변주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정일우는 2006년 데뷔작이던 '거침없이 하이킥'을 여전히 대표작으로 꼽는다.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윤호의 이미지가 부담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캐릭터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는 그. 정일우는 20대를 돌아보며 "20대 때 더 많이 깨지고 힘들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사실 이 일을 하면서 많이 아파도 봤고, 배신도 당해봤고, 상처도 받으며 더 단단해진 것 같은데, 20대 때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더 많은 작품을 했다면, 더 좋은 배우가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항상 있었다. 그래서 30대는 쉬지 않고 일하자고 생각해서 쉬지 않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40대 때는 더 좋은 배우가 되어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지금은 악역에 대한 욕심이 있다고. "악역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어필하겠다는 말을 남겼던 정일우는 "20대 때 1년 반, 2년 가까이 작품이 안 들어오던 때도 있었고, 그런 간절함이 뭔지를 아는 것 같다. 그래서 사실 작품을 선택할 때 '이 작품이 안되면 어떨까' 이런 걱정보다는 '이 캐릭터를 어떻게 잘 소화할 수 있을까'에 포커스를 맞추고 고민하는 편인 것 같다. 찾아주심에 너무 감사하고, 이렇게 일할 수 있을 때 일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또 저를 찾아주실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연극도 하고 드라마도 하고 영화도 하면서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장르로 계속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어떤 작품이든 열정을 다할 것이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한편 정일우는 '굿잡'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고속도로 가족'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며, 이후 11월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