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작은 아씨들'의 화면은 연출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류성희 감독은 '작은 아씨들'로 첫 드라마 작업에 나섰다. 그는 "여러 면에서 시스템이 다른 드라마 작업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라면서도 "오랜 협업을 해온 정서경 작가의 탄탄한 대본에 대한 믿음, 김희원 감독님에 대한 기대감으로 용기를 내어 첫 시작을 하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각 공간이 가지는 차별화된 컨셉'에 대해 신경을 썼다고 밝힌 류성희 감독. 그는 "김희원 감독과 난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판타지성을 포함하는 설정이라 압도적이면서도 구체성을 갖춰야 하는 공간이었다"라고 설명한 데 이어 "감독님께서 자신감을 보여주셔서 작품적으로만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 장르적인 감각이 탁월한 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김희원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한편 '왕이 된 남자'를 통해 김희원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박장혁 감독. 이들의 시너지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특히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채로운 작업을 해온 박장혁 감독이기에 더욱 활약이 빛났다. 그는 "'작은 아씨들'은 대본이 치밀하고, 세세한 이야기적 장치들을 가진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그림이 단단하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 간결한 무빙샷을 주로 사용했다"라고 설명하며, "극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절제했지만, 너무 장르적인 요소로 끌고 가지는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희원 감독과는 "미술감독의 돋보이는 세트 디자인과 톤을 최대한 원본의 느낌으로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자 논의했다"라고 밝혀 완벽한 시너지의 이유를 짐작게 했다.
그런가 하면 이들과 완벽히 다른 지점에 있는 원령가의 저택은 어떨까. 류성희 감독은 "박재상의 집은 멋지고 화려하지만 어딘가 조금 무대 세트 같은 느낌의 집으로 느껴졌으면 했다. 극의 진행과 함께 여러 층의 다른 컨셉으로 보여질 예정이니 기대해주셔도 좋다"라고도 전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런가 하면 등장부터 강렬한 비주얼로 화제를 모았던 난실은 처음에 지상으로 설정되었다고 했다. 그는 "지하로 깊숙이 내려가서 그곳에 압도적으로 큰 난실이 있다면 시청자의 마음속에 판타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현실과 판타지 어딘가에 둥지를 틀어야 이 작품의 독창성이 빛을 발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래서 어렵고 또 재미있었다"라고 전했다.
환상 짙은 공간을 고스란히 담아낸 박장혁 감독의 과감한 구도와 시퀀스는 신선함을 배가했다. 박장혁 감독은 "'작은 아씨들'의 미장센은 김희원 감독님의 명확한 콘티에서부터 나왔다. 모든 장면마다 아주 섬세한 콘티를 제시했다. 거기에서 아주 창의적인 영감을 받아 독특한 앵글과 색감이 나온 것 같다"라고 짚었다.
한편, 작업을 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으로는 '김고은'을 꼽았다. "김고은 배우의 섬세한 연기를 잘 포착하고 싶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아주 디테일한 연기를 하는 배우다. 이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아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배우를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 그런 와중에도 도전은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촬영한 차 사고 장면이 제일 부담스러웠고 힘들었다. 사고 나는 장면을 몇 번씩 찍을 수 없었기에, 추가 카메라를 동원해 한 번에 포착해야 했다"라고 전해 카메라 뒤편에서의 노력을 짐작게 했다.
'작은 아씨들'은 4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어질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보기 위한 포인트로 류성희 감독은 "박재상 집에 있는 인형의 집을 주목해달라. 앞으로 드러나게 될 공간이 컨셉이 다 다르다. 드라마의 흐름이 진행되면서 점점 다양한 비밀들이 들어갈 것이고, 이 모든 걸 통합했을 때 비로소 그 집의 정체성이 보일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여기에 박장혁 감독은 "등장인물 중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라는 임팩트 있는 답변으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tvN 토일드라마 '작은 아씨들' 9회는 오는 10월 1일 오후 9시 10분 방송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