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최영준에게 '우리들의 블루스'는 20개의 슬픔이자 눈물이었다.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노희경 극본, 김규태 김양희 이정묵 연출) 은 인생의 끝자락 혹은 절정, 시작에 서 있는 모든 삶에 대한 응원을 담은 드라마. 제주도 푸릉마을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나고 자라 생선 팔고, 물질하고, 만물상 트럭으로 행상하고, 시장에서 음식 파는 평범한 이웃들의 단짠단짠 스토리가 펼쳐졌다.
특히 독특한 옴니버스 형식을 택하며 무려 15명의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이끌어내기도. 동석(이병헌 분), 선아(신민아 분), 한수(차승원 분), 은희(이정은 분), 영옥(한지민 분), 정준(김우빈 분), 옥동(김혜자 분), 춘희(고두심 분), 미란(엄정화 분), 인권(박지환 분), 호식(최영준 분), 현(배현성 분), 영주(노윤서 분), 은기(기소유 분), 그리고 영희(정은혜 분)까지. 모두의 삶이 고귀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노희경 작가의 놀라운 필력으로 펼쳐냈다.
최영준이 연기한 방호식은 딸 아이를 혼자 키우며 살아가는 남자. 미성년자 자녀의 임신 스토리부터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다가 사이가 틀어지게 된 정인권(박지환)과의 에피소드. 그리고 정은희(이정은)과의 과거 이루지 못했던 사랑까지 그려내 시선을 모았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영준은 '우리들의 블루스'를 회상하며 "매회 울면서 봤다. 대본을 받아 처음 봤을 때도 '매주 울려도 되냐'고 하면서 봤었다. 너무 숨 쉴 틈을 안 주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 그렇게 눈물 빼는 게 어렵지 않나. 웃기는 것도 어렵지만, 울리는 것도 힘든데 그런 걸 너무 잘 하셨더라"며 극찬했다.
노희경 사단에 합류한다는 것은 최영준에게 있어 일생일대의 '운'이었다고. 최영준은 "박지환과 둘이 앉아 '우리는 천운이 온 거야' 라는 얘기도 했다. 저도 제 소망보다는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흐름을 봤을 때 분명히 뭐가 하나 더 와야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너무 빨리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 저를 많이 찾아주셨지만, 부름을 받아 가면서도 '왜 하자고 하지?'하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었다. 내가 보여준 것이 없는데, 내 뭐가 좋았을지 궁금했다. 그 전의 작업들은 이전의 작업을 많이 떠올렸던 것 같다. '이렇게 했으니 찾지 않았을까'하면서 '여기서도 요만큼만 보여주면 되겠지' 했던 것 같은데, '블루스'는 처음으로 제 연기를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고, 드라마를 잘 만나서 잘 됐던 것 같다. 다음 일, 다음 작업은 그래서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제 것을 마음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최영준은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최고의 연기파트너를 줄이어 만났다. 최영준은 "지환이가 저에게 얼굴을 마주보고 '좋아하게 될 줄 알았다'고도 했고, '잘해보자 영준아'라고 했다. 메시지도 아니고, 육성으로 들은 얘기다. 둘이 얘기도 많이 나눴다. 저희도 '내 사람'이라고 부르고, 통화할 때도 '내 사람 뭐해'라고 한다. 어제도 내 얘기를 했다고 기사를 보내주면서 '너랑 사랑의 대화를 나누며 소주 먹고 싶어'라고 한다. 저에게는 진짜 도움이 많이 되는 친구다. 지금 찍고 있는 작품도 어려우면 전화를 하고 있다. '이런 게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조언도 받는다. 큰 덕을 보고 있다. '인간 박지환'이라 가능하지 않나 싶다. 박지환이란 사람이 여리고 순수하고, 어울리지 않는 모든 것을 갖다 붙이면 걔다. 너무 아름다운 사람이고, 말도 예쁘게 한다. 심지어 예쁘고 예뻐 보일 때가 있다. 그걸 감추고 연기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프레임 안에 담기는 어마어마한 배우 라인업도 화제였다. 최영준은 "동석(이병헌)과 옥동(김혜자)이 인권이의 순대국밥 집에서 얘기하는 신은 엄마랑 TV를 같이 보면서도 '엄마, 이상하지' 하면 '그니까'하고 했다. 지금도 이상하다. 같이 찍은 기억이 생생한데도 보면 이상하고 '저기에 내가 왜 있지' 싶기도 하다. 처음에 선생님(김혜자, 고두심)들 첫 촬영 오셔서 좌판을 깔아두고 장사하는 신이었는데, 매번 보는 스태프들도 그분들이 여기 와 있는 것이 신기한 거다. 자연스럽게 그 두분이 앉고, 빙 둘러서서 구경하고 사진 찍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언제 그렇게 다 모여보겠나"라며 감탄했다.
최영준은 이어 "그냥 작가님이 저에게 처음 하셨던 말씀이 '자기는 잘하면 수혜를 받을 것이고, 못하면 끝이라고 보면 돼'라고 하셨다. 그 배우들 사이에서 조금만 못해도 제일 많이 티가 날테고, 제가 제일 많이 걱정한 것은 이병헌 선배랑 우빈이가 나오다가 제가 나오면 사람들이 '우빈이 우빈이'하고 저에게 '뭐야'할까봐 걱정을 했다. 제 연기가 납득될 만한 게 안 되면, 좋은 연기가 안 나가면 사람들이 금방 등돌릴 것이라는 책임감이 있었던 것 같다. 다행히 잘 나왔다. 반응은 이렇게 올 줄 몰랐고, 그냥 '다행이다'정도였다. 넷플릭스를 통해 보면서 '그래도 잘 나온 것 같다'고 하고 시청률도 같이 봤다. 그랬더니 시청률이 생갭다 너무 많이 나와서 '잘됐다. 다행이다'했는데 이렇게 뜨거운 반응일 줄은 사실 몰랐다"고 했다.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우리들의 블루스'는 최영준에게도 무수히 많은 새로운 경험을 준 작품이다. 최영준은 "그동안 무대 연기보다 매체 연기가 좀 더 간소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리된 듯한 느낌의 연기가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블루스'를 보면서는 '그냥 내 연기 해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블루스'가 스무 권의 책이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배우들마다 똑같은 슬픔도 다르게 표현하고, 다르게 읽어내는 것이 약간 자기가 좋은 패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 제일 좋은 패를 하나씩 내 놓은 느낌이었다. 슬픔을 표현하는 스무가지 방법에 대한 매뉴얼을 준 느낌이 들어서 돌려서 보다 보면 '저기는 저렇게도 하는구나'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연기고, 어디까지가 아닌지'를 찾는 재미도 있었다. 지금은 그냥 제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그게 제일 좋다"고 밝혔다.
최영준은 또 "공연할 때부터 생각한 건데, 배우가 인정을 받는 것은 다음, 다음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으로 잘 했으면 다음 작품에 불려가고 다음 작품에서 잘했으면 다음 작품에서 잘했으면 그 다음 작품에서 확인을 받는 거다. '쓸만하네'해서 부르고 다음 작품에서 안 부르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블루스'가 그래도 제가 앞에 해왔던 것에 대해 확인을 받는 자리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되기 위해 저도 열심히 했다. 앞으로 좋은 결과물을 내놔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배우는 다 저마다의 자기의 기준대로 표현하고, 자기 연기를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잘된 연기는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력의 공은 확실히 돌아왔다. 최영준은 "7회가 나가고 그 다음 날 어머니랑 교회를 갔다가 어딜 가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네 여보세요'하니 '노희경이에요'하시더라. 바로 두 손으로 받았다. '어떻게 봤어' 하시기에 '예 잘 봤습니다' 하니 '뭐야. 엄마는 뭐라셔' 하시고 '엄마도 재미있게 잘 보셨다고'라고 말씀드리니 '우셨어? 우셨대?'하셨다. 같이 안 봐서 모르겠다 하니 '에이 뭐야. 잘했어요. 잘한 건 기억하시고 못한 건 반성하시고'라고 하셨다. 너무 감사했다. 일부러 그렇게 얘기도 해주시고. 무서워서 종방연 때 딴데 가서 밥 먹고 그랬었다. 그런데 작가님이 좋은 얘기를 해주셨을 때가 제일 좋았고 마음도 놓였다. 제가 언제 노희경의 글을 읽어보겠나. 칭찬은 금방 사라지고 잊어야 하니,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앞으로 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