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내 존재, 작게 생각했는데"..감독→작가 연상호, 연니버스 대한 성찰(종합)

사진=티빙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의 주인공이자 중심. 감독이자 작가, 그리고 웹툰 작가로도 활약 중인 연상호 감독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지만, 반면 부담감도 커졌다.

연상호 감독은 지난달 29일 공개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연상호 류용재 극본, 장건재 연출)의 작가로서 취재진과 인터뷰에 나섰다. '괴이'의 공개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괴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시리즈는 저주받은 불상(귀불)로 인해 마음 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고, 그 마을의 괴이한 사건을 쫓아가는 초자연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다. 미스터리한 귀불이 깨어난 뒤 벌어지는 지옥과 같은 상황들이 브라운관에 펼쳐졌고, 구교환, 신현빈, 김지영, 박호산, 곽동연, 남다름 등이 출연해 이야기를 이끌었다.

'방법'의 극본을 쓰고, '돼지의 왕'의 원작자로 활약하고, 또 '지옥'의 원작자이자 연출가, '부산행', '반도' 등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어왔던 연상호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도 한계가 없는 상상력을 펼쳐내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연 작가는 "드라마에 나오는 '마음은 바라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시작이었다. 이를테면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으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잖나. 상처도 작은 것에 관심을 두고 바라보면 상처가 깊어지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손에 난 딱정이 같은 것도 추상적으로 '바라본다'고 하는데, 그걸 내버려두지 않고 되새김질을 하면 더 상처가 된다. 처음 떠올린 이야기는 아이를 잃은 부부의 이야기였다. 큰 존재가 사라지게 되면서 상실감을 가진 부부가 회복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상황을 만들어 이야기를 만들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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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는 극중 구교환이 연기한 기훈과 신현빈이 연기한 수진의 상처로 시작해 재난으로 번져가는 이야기가 담기며 몸집을 키워갔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호평과 혹평이 교차하며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던 바. 이에 대해 연상호 작가는 자신의 "시행착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연 작가는 "저희야 글만 쓰면 되니 이것저것 생각을 안 하고 써도 되는 것이 좋은 점이었는데, 환각됐을 때의 장면들과 상황들에 CG(컴퓨터 그래픽)이 많이 가미된 것들을 썼다. 예를 들어 논두렁 앞의 신호등이 풍선처럼 커지기도 하고, 몸에 들러붙기도 하는 환상적 요소들을 썼지만, 현실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보니 감독님이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연 작가와 공동 집필을 했던 류용재 작가도 "과감하고 호러스러운 비주얼을 고민했었다"고 고백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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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설명과 관련한 호불호도 존재했다. 특히 악역인 곽용주의 폭력성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닿았다. 연 작가는 "캐릭터를 어느 정도 설명해야 하는지는 늘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저는 과도기적인 세대다. 어릴 때 좋아했던 영화에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 미덕인 시대였다. 관객들이 유추할 수 있도록 조금 남겨두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요즘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것들을 많이 원하시는 것 같더라. 그래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괴이'는 연상호 유니버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리즈이기도 했다. '반도'에서 함께했던 구교환과 다시 손을 잡았고, 신현빈, 곽동연 등 배우들도 '연니버스'의 합류에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연 작가는 이에 대해 "감사한 일이다. 제가 조금이라도 참여한 작품, 모든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거기 나온 분들은 괜히 저 혼자 친하게 생각하고 있다.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영화적 동료가 늘어간다는 느낌이 있다. 단순히 배우와 감독, 배우와 작가만의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영화를 같이 만들어가는 동료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동료가 늘어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라고 했다.

다만, 부담감도 생겨났다. '연니버스'라는 외부에서 만든 단어가 연상호 감독을 누르고 있다는 것. 이번 작품에서는 '자가복제'라는 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연 작가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연상호 유니버스'를 제가 만든 게 아니다. 제가 이 작품에서 이렇게 돋보일 줄도 몰랐다. 저는 이 작품의 제작자도 아니고, 감독도 아니고, 공동 극본가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잘못이었던 것 같다. 저는 항상 제 자신을 보다 생갭다 약간 작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거기서 항상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아무래도 '연니버스'가 나오다 보니 자꾸 제가 커지는데, 저는 일종의 영화 스태프라고 생각하고 일을 했던 거다. 장건재 감독 입장에서는 새로운 작품일텐데, 이런 시선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복제처럼 느껴지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건 제가 극본에 참여를 하든, 원작을 하든, 작게 하든, 제 작품인 것처럼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조금 더 저의 타임라인에 신선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을 만들어야겠다는 것도, 치열하게 생각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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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작가, 그리고 감독에게 '괴이'는 또 다른 발판이 될 전망이다. 연 작가는 "이번에 느낀 것은 사실 30분짜리 6부작이라 하는 것이 큰 경험인 것 같다. 이 형태를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하는 고민도 생겼다. 대부분 저도 작품을 여러 작품을 내놓는 편이다 보니 항상 작품을 할 때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 여러 반응들을 다음 작품을 할 때 참고하고, 기준이 되는 것이 하나인 것 같아서 '괴이'도 앞으로 작품을 할 때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상호 감독은 현재 자신의 최초 SF 작품 넷플릭스 영화 '정이'의 후반 작업 중이다. 지난 11일 배우 강수연의 마지막 영결식에도 참석해 발언을 했던 연상호 감독은 "처음으로 선보이는 SF영화라 후작업이 많다"고 예고했다. 고인의 유작이자 연상호 감독의 SF도전작인 '정이'는 올해 공개를 앞두고 있다.

문지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