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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동생 정연에게 멋진 언니 돼"…공승연, 20대 마지막 그리고 서른의 시작점 청룡(청룡영화상)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1-12-23 13:24 | 최종수정 2021-12-29 07:29


제42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배우 공승연이 8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12.08/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엄마, 아빠 연말에는 자주 떨어져 있자." 연기를 시작한 이후 9년간 켜켜이 쌓인 부모님을 향한 미안함을 마침내 청룡 무대에서 쏟아낸 배우 공승연(28)의 재치 있는 수상 소감이었다. 열정 하나로 연기를 시작한 치기 어렸던 스무 살, 천천히 자신만의 호흡으로 한 단계씩 성장한 공승연은 20대의 마지막 값진 수상으로 의미 있는 쉼표를 찍었다. 그리고 다가올 서른의 출발선에 선 지금, 황금빛 미래를 향해 다시 의지를 불태웠다.

2012년 광고 모델을 시작으로 연예계에 입문한 공승연은 tvN '아이 러브 이태리',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풍문으로 들었소' '육룡이 나르샤', KBS2 '마스터 - 국수의 신', tvN '내성적인 보스' '써클: 이어진 두 세계', KBS2 '너도 인간이니?', JTBC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등 드라마를 통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또한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정연의 친언니로 알려지면서 '연예인 자매'로 더욱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공승연은 지난 5월 개봉한 휴먼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홍성은 감독, 한국영화아카데미 KAFA 제작)을 통해 데뷔 9년 만에 첫 스크린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 공승연은 혼자가 익숙하고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꺼리는 진아를 연기했다. 발신 없이 오직 수신만 하며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 자발적인 홀로족을 섬세하고 내밀한 연기로 완성한 그는 리얼한 콜센터 상담원 연기는 물론 흡연 연기, 표정을 숨긴 농밀한 내면 연기까지 소화하며 인생 캐릭터를 만나게 됐고 그 결과 지난달 열린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제4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6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공승연이 무대를 향하고 있다. 여의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11.26/

제4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6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공승연이 소감을 전하고 있다. 여의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11.26/
공승연은 "('혼자 사는 사람들'을 촬영할 때만 해도) 이렇게 될지 전혀 몰랐는데, 좋은 상을 너무 많이 주셔서 기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요즘 너무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중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수상했을 때가 가장 얼떨떨했다. 처음 '혼자 사는 사람들'로 상을 받았을 때가 전주영화제인데 그때는 상을 받으면서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렸고 청룡영화상은 기쁘기도 하지만 아직도 내가 받은 상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얼떨떨한 기분이다"고 웃었다.

그는 "상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청룡영화상을 다시 모니터했다. 다른 수상자들은 수상 당시 모습을 못 보는 분도 많다고 들었는데 나는 그때의 감동을 잊지 않고 스스로 용기를 주고 싶어서 바로 찾아봤다. (수상 장면을) 수 없이 되돌려 본 것 같다. 지금 인터뷰를 오기 전에도 수상 소감을 다시 찾아보기도 했다(웃음)"고 털어놨다.

실제로 공승연은 '혼자 사는 사람들'을 통해 올해만 무려 4개의 트로피를 거뒀다. 지난 4월 열린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배우상을 시작으로 제41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까지 휩쓸었다.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수상 이후엔 제39회 토리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이라는 낭보를 전하기도 했다.

공승연은 "전주영화제에서 배우상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이 영화에 대한 내 연기가 자신이 없었다. 전주영화제에서 주신 상도 '왜 나에게?'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까. 물론 지금 청룡영화상 신인상도 내가 잘해서가 아닌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청룡영화상은 조금 다른 지점의 상이 된 것 같다. 실제로 나는 스스로에게 굉장히 야박한 타입인데 이 상을 받으면서 '그래 이제는 아주 조금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줘도 되겠구나' 싶다. 아직 현장을 가면 무서운 건 마찬가지지만 스스로 좀 더 여유를 찾고 다독거리려고 한다"고 고백했다.



공승연에게 상복을 안겨준 인생작이 된 '혼자 사는 사람들'이지만 사실 시작은 녹록하지 않았다고. 그는 "데뷔 9년 차라고 생각하니 너무 놀랍고 묘하다. 9년 만에 영화로는 처음 신인상을 받았는데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든다. 사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처음 제의받았을 때 스스로 많은 의심을 했던 작품이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소속사 대표에게 '못하겠다' 어리광을 부리기도 했다. 촬영할 때도 이런 의심은 계속됐다. 캐릭터 자체가 워낙 갇혀 있는 캐릭터도 대사도 별로 없었다. 내가 하는 연기가 맞는 연기인지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고 곱씹었다.


다사다난했고 우여곡절 많았던 시기를 견딘 공승연. 어느 작품보다 마음고생이 컸고 이런 공승연을 옆에서 지켜본 가족들에게도 청룡영화상 신인상은 많은 의미를 안겼다. 특히 수상 소감에서도 언급된 막냇동생 정연은 공승연의 수상을 가장 뜨겁게(?) 축하해준 가족 중 하나였다. 앞서 공승연은 수상 당시 "혹시 내가 상을 받을까 봐 약간 기대를 해서 급하게 수상소감을 준비했는데 동생이 옆에서 비웃더라. 내가 너무 오바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제대로 준비할 걸 그랬다"며 "사실 연말에 집에서 시상식을 보는 게 엄마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슬펐는데 지금 이렇게 부모님과 떨어져 있으니까 너무 좋다. 앞으로 자주 떨어져 있자"고 말해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공승연은 "청룡영화상에서 수상 이후 집에 가니 동생 정연이가 바로 '언니, 내가 언니 무시해서 한 말이 아니야'라며 미안해하고 또 누구보다 따뜻하게 안아줬다. 사실 청룡영화상 전날 동생 정연이와 함께 차를 타고 집에 가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태블릿PC로 예상 소감을 적어봤다(웃음). 내가 열심히 뭘 적고 있으니 정연이가 '뭐하냐'며 궁금해했고 미리 적은 수상 소감을 보면서 동생으로서 '언니 못 받을 수 있으니까 기대하지 마'라는 장난을 치더라. 내겐 너무 귀여운 동생이자 막내 정연의 깐족거림이었다. 상을 받고 그게 가장 먼저 생각이 나서 소감으로 정연이를 언급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상을 받게 됐고 정연이가 나보다 더 기뻐했다. 청룡영화상 신인상 트로피를 가장 먼저 구경했고 '언니 정말 멋있다'라며 칭찬해줬다"고 뿌듯해했다.


제42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배우 공승연이 8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12.08/
부모님의 반응도 상당했다. 그는 "부모님도 수상에 기뻐하셨다. 사실 연말에는 늘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데 동생 정연이는 가요 시상식을 나가느라 늘 바빴다. 동생은 연말에 많은 상을 받고 돌아오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 하는 것 같아서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 마음이 늘 마음속에 걸렸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부모님께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안겨드릴 수 있어 그동안의 아쉬움과 미안함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수상 이후 아직 본가에 못 가봤는데, 둘째 동생 말로는 엄마가 이번에 엄청난 트로피 진열장을 새로 집에 들여놨다고 하더라. 동생이 '언니 진열장이 진짜 커! 집에 들어가면 바로 보여!'라며 놀라더라. 진열장을 채우려면 앞으로 동생만큼 트로피를 받아야 할 텐데 또 다른 걱정이 생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무엇보다 공승연은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받고 이제 다시 시작인 기분도 있다. 부모님이 '혼자 사는 사람들'을 보고 처음으로 내 연기에 안도했다고 한다. 그동안은 내 연기를 보면서 불안한 마음도 컸다고 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래도 내 딸 승연이가 안정적으로 연기를 하기 시작했구나' 생각했다고 했다"고 자부심을 전하기도 했다.

청룡영화상 신인상이 끝이 아닌 시작으로 여기겠다는 공승연은 "생각해보니 내년에 서른이 되기 전, 20대의 마지막을 청룡영화상 신인상으로 보내게 됐다. 20대의 마지막을 멋지게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고 새로운 30대를 기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사실 30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컸다. 지금보다 더 예쁘고 더 멋지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또 그렇게 되리란 확신은 없지 않나? 기대 반 의심 반 속에 청룡영화상 신인상이 기대에 대한 용기를 심어준 것 같다"고 전했다.

"청룡에서 준 신인상이 용기를 갖게 하기도 했지만 부담도 당연히 따라오더라고요. '청룡영화상 받았는데 저 정도밖에 연기를 못해?'라는 말을 듣게 될까 봐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죠. 영화상에 걸맞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만큼 청룡영화상은 제게 의미가 큰 영화상이거든요. 처음 후보로 지명됐을 때부터 가슴이 뛰었고 수상까지 큰 영예를 얻었죠. 이번 청룡영화상 오프닝에서 청룡이 날아와 눈을 번쩍 뜬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동시에 저도 같이 눈을 뜬 기분이에요. 청룡영화상이 배우 공승연의 길을 앞으로 잘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아요."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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